[이종규칼럼] 장기경기순환(long cycle)의 저점에서
양극화·도덕 해이·정치 갈등…
구조적 비효율이 누적된 결과
사회지도층 솔선 개혁 나서야
요즘 경제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경기가 저점을 지났다는 낙관적 분석이 간혹 제시되고 있다. 사실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경기종합지수도 상승세로 전환한 데다 수출이 늘고 반도체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는 있다.
그 전략을 장기경기변동의 관점에 생각해 보자. 한때 높았던 경제성장률이 1990년대 이후 점차 둔화되어 왔다는 점에서 지금은 “장기경기순환의 후퇴기”로 볼 수 있다. 장기경기순환은 그 주기가 50~70년에 달하는데 4~5년 주기의 통상적인 경기변동과는 다른 개념이다.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한 지 60여년이 지났다는 점도 장기순환주기를 생각하게 한다.
장기경기변동은 기술 체계의 변화에 의해 촉발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경제구조의 고착화와도 연관이 매우 깊다. 경제구조는 사회의 계층적 구조에 더하여 사회 풍조, 정치 사조와 아울러 윤리와 같은 일반 규범, 그리고 관행이나 행태 등 광범위한 현상을 지칭한다. 경제의 흥망성쇠를 연구한 맨커 올슨이라는 경제학자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한 산업이 성장하면 정치력을 바탕으로 기득권을 형성하게 되고 그에 따라 경제적 역동성이 낮아짐으로써 경제가 후퇴한다고 분석하였다.
구조적 요소는 대개 장기간 존속하지만 폐단의 형태로 새롭게 더해지기도 한다. 각 경제주체의 채무 누적이나 불로소득 추구 경향 심화 등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형성된 구조적 요인이라 하겠다. 사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누적된 다양한 형태의 구조적 비효율에 직면하고 있다. 악화된 소득분배구조에서부터 노동시장의 경직성,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갑질 행태, 가격 전가 행위, 정부 지원금 착복, 민간부문의 도덕해이 등 그 종류가 이루 헤아리기 힘들다. 교육 등 사회구조의 비효율성, 법률 및 규정의 복잡성 등에 더하여 극에 달한 정치 진영 사이의 갈등, 각종 사기와 부정행위 등도 구조적 비효율 요소들이다.
요컨대 장기경기순환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성장률이 속락해온 것은 구조적 비효율이 누적된 결과이다. 지금 우리는 장기순환과정상의 하락 흐름을 상승 추세로 전환시켜야 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지금의 구조적 비효율을 고치지 않고서는 저성장을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요즘 형평, 공정, 정의 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부쩍 늘어난 것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는 사회적 염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장기경기순환의 하락 흐름을 역전시켜야 하는 과제는 오랫동안 성장해온 나라만이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특혜이기도 하다. 1830년대의 영국과 1890년대 미국이 지금 우리와 비슷한 시기를 겪었다. 영국은 당시 선거법 개정 등의 개혁을 추진하였고 미국은 독과점을 금지하는 등 진보의 시대(progressive era)를 보냈다. 일본도 1990년대 이 단계에 도달하였지만 아쉽게도 구조개혁을 추진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도 경제도약의 영광을 재차 누리려 한다면 구조적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한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일에는 사회지도층의 주도적 역할이 필수적이다. 구조적 경직성의 대부분이 사회지도층의 근시안적 행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높은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는 등 사회지도층이 솔선하는 구조개혁이 추진된다면 바람직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이종규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전 대구가톨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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