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마무리의 화려한 귀환? 정해영의 35일은 헛되지 않았다… ‘구속 5㎞’ 폭풍 업그레이드

김태우 기자 2023. 7. 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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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일 잠실 LG전에서 인상적인 복귀전을 치른 정해영 ⓒKIA타이거즈
▲ 정해영은 이날 뚜렷한 구속 상승세를 보여주며 앞으로의 기대를 키웠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KIA의 올 시즌을 앞두고 여러 포지션의 경쟁 구도가 언급됐지만, 사실상의 무풍지대도 있었다. 시즌 전 “과연 올해 KIA의 마무리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정해영(22)이라는 젊지만 든든한 마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 KIA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정해영은 2021년 사실상의 풀타임 마무리 보직을 맡아 단번에 34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2세이브를 수확했다. 이제 막 스무살이 넘은 선수가, 2년 동안 66세이브를 기록한 건 KIA의 유구한 프랜차이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리그에서 가장 전도유망한 마무리 투수이기도 했다.

정해영이 올해도 팀의 개막 마무리를 맡는 것에 이견이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시범경기부터 뚝 떨어져 있던 구속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시즌이 개막하고, 날이 풀리고, 1군 실전에서 경기 집중도가 올라가면 구속은 더 오를 것이라는 낙관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낙관도 4월을 지나면서 점차 의구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정해영이 시속 150㎞ 이상의 공을 펑펑 던지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균 145㎞의 공은 나와야 정상이었다. 여기에 수직무브먼트가 좋아 파울이나 헛스윙을 잘 유도하고, 구질까지 묵직한 게 정해영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구속이 140㎞대 초반으로 떨어지니 인플레이타구가 많아졌고, 탈삼진 비율이 뚝 떨어졌다.

2군에 가기 직전인 5월 24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그랬다. 결과와 별개로 구속이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정해영의 당시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2.5㎞, 평균은 141.5㎞에 불과했다. 이 구속으로는 설사 잘 막는다고 해도 아슬아슬한 승부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상대 타자들이 정해영의 패스트볼에 더 이상 겁을 먹지 않는다는 징후도 여러 곳에서 보였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다. 밸런스와 몸을 100%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시즌은 길고, 정해영의 커리어는 더 길게 남아 있었다. 결국 5월 29일 2군으로 내려갔다. 한동안 공을 던지지 않고 서재응 코치와 투구 밸런스와 전체적인 동작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좋았을 때를 떠올리며 하나하나씩 풀어 나갔다.

▲ 정해영은 이날 2군에 내려가기 전보다 5km 빠른 패스트볼을 던졌다 ⓒKIA타이거즈
▲ 정상적인 정해영이라면 KIA 불펜에서 큰 몫을 해낼 수 있다 ⓒKIA타이거즈

퓨처스리그(2군) 등판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수정을 해나갔다. 퓨처스리그 마지막 등판이었던 6월 30일 kt 2군과 경기가 끝난 뒤에는 김종국 KIA 감독에도 긍정적인 리포트가 올라갔다. 김 감독도 팀 불펜 사정을 고려해 콜업을 결정했고, 1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해 2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1군에 등록됐다.

몸이 조금 더 가벼워진 모습으로 나타난 정해영은 2일 곧바로 등판 기회를 잡았다. 팀이 1-3으로 뒤진 7회 마운드에 올랐다. 익숙한 세이브 혹은 리드 상황은 아니었지만, 불펜에서 일단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한 김 감독의 투입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놔 버릴 만한 점수 차도 아니었으니 어쩌면 정해영을 쓰기 가장 좋은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

정해영의 투구는 구속과 공격성을 모두 되찾아 있었다. 선두 신민재를 유격수 땅볼로, 그리고 최근 타격감이 절정인 홍창기를 좌익수 뜬공으로, 이어 문성주를 유격수 땅볼로 잡고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1이닝을 정리하는 데 필요했던 공은 13개였다.

이중 10개가 패스트볼이었고, 관심을 모았던 구속은 ‘트랙맨’ 집계에서 148.2㎞까지 나왔다. 내려가기 전인 5월 24일 한화전 최고 구속(142.5㎞)에 비해 5.7㎞가 올랐다. 여기에 패스트볼 10구의 평균 구속도 146.4㎞로, 역시 5월 24일 평균 대비 4.9㎞가 올랐다.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평균 구속을 5㎞나 끌어올린 것이다. 145㎞ 이하 패스트볼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연투가 이어지고, 앞으로 어떤 구속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한다. 경기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 구위 및 구속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정해영에게 달렸다. 그러나 적어도 35일 간의 2군 생활을 그냥 헛되이 지나가지는 않았음은 보여줬다. 아직 KIA는 시즌의 절반 이상인 75경기가 남았고, 정해영이 만회할 기회는 충분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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