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우니…” 고지우, 신들린 역전 우승
최종일 6위로 출발…7언더파 맹타
10번홀 이글 잡으며 단숨에 선두로
데뷔 2년차, 44경기 만에 생애 첫승
“올해 초반부터 갈등이 생겨 마음고생이 심했어요. 골프에 집중하지 못하다가 한국여자오픈 뒤 지난주부터 마음을 비웠는데….”
생애 첫 우승의 기쁨에 밝은 미소로 인터뷰하던 고지우(21)의 목소리가 갑자기 젖어들었다. 지난해 6차례 톱10을 앞세워 신인왕 2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낸 그가 올 들어 14개 대회 중 5차례나 컷탈락하는 등 난조에 빠졌던 데 대한 질문에 대답하던 차였다.
고지우가 2일 강원 평창 버치힐CC(파72·6435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1개로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 65타를 몰아치고 4타 차 대역전 우승을 거뒀다. 사흘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기록한 고지우는 공동 2위 안선주와 이제영(11언더파 205타)을 3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생애 첫 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15번째, 통산 44번째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한 고지우는 지난해 총상금 2억9513만원(27위)을 뛰어넘어 시즌 상금랭킹 12위(2억9845만원)로 올라섰다.
이틀 연속 1위 송가은에 4타 차 6위로 출발한 고지우는 전반에만 3타를 줄여 선두를 1타 차로 압박한 뒤 10번홀(파5) 이글 한 방으로 단숨에 2타를 줄이고 1위로 올라섰다. 13번홀(파4)에서 5m 버디 퍼트를 넣고 2타 차로 벌린 고지우는 다시 1타 차로 쫓긴 15번홀(파4)에서 10m짜리 내리막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제주에서 체육관을 운영한 무술 고단자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합기도, 가라테(각 2단)를 배워 탄탄한 체력을 갖춘 고지우는 10세 때 골프를 시작해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2021년 KLPGA 2부투어에 데뷔했다.
지난해 정규투어에서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 249야드(5위)의 파워와 정확한 샷 등을 바탕으로 총 버디 수 1위(366개)를 기록한 잠재력을 마침내 첫 우승으로 연결했다. 한국여자오픈 등 2연속 컷탈락 후 지난주 비씨카드 한경레이디스컵 6위를 전환점으로 삼았다.
“핀 위치가 너무 어렵게 꽂혀 오늘은 무리하지 않으려 했는데, 오히려 퍼트가 잘 떨어져주면서 역전할 수 있었다”는 그는 “마지막홀에서 스코어보드를 보고 여유 있는 선두라는 걸 알았다”고 밝혔다.
전폭적으로 그를 지원해주던 부모와 최근 의견이 맞지 않아 힘들어하던 중 감격을 맛본 그는 “인터뷰 끝나고 전화드릴 계획”이라며 이번 첫 승을 모든 문제를 풀 돌파구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고향 제주에서 정상을 차지하고,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국내에서 많은 우승을 쌓고 싶다”는 그는 “이후 미국에 진출해 세계 1위에 오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잊지 않았다.
평창 |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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