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예산 ‘마른 수건 짜기’… 총지출 증가율 2023년보다 낮춘다

이희경 2023. 7. 2. 2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전재정 기조에 긴축 예고
2024년 총지출 증가 3~4%대 하향
역대 최대 지출 구조조정 전망
실행 땐 총지출 660조대 될 듯
3년간 체납 세금 6조대 증발도
세수 줄어들자 지출 통제 나서
일각 “불황기엔 확장 재정 필요
2024년 취약계층 타격 받을 우려”
정부가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5.1%)보다 낮추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부터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의 효과가 본격화하는 등 세수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한 만큼 최대한 긴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예산안 편성 시 역대 최대(24조원) 규모로 단행했던 지출 구조조정을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에서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안팎에서 내년 예산상 총지출 증가율을 3~4%대로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보다 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예산당국은 이에 따라 최근 각 부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조정실장들을 소집, 3일까지 내년 예산안을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는 매년 5월31일까지 자체적으로 예산안을 짜서 기재부에 제출하고, 기재부는 이를 기초로 9월 초쯤 다음해 예산안을 확정한다. 기재부의 이번 조치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이렇게 아낀 재원을 국가의 본질적 기능 강화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가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3~4%대로 낮출 경우 내년 예산상 총지출은 올해 638조7000억원에서 660조원대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지난해 ‘2022~2026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4.8% 증가한 669조7000억원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 수조원 정도 예산이 주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상 총지출 증가율을 3~4%대로 편성한다면 이는 7~8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의미한다. 문재인정부가 편성한 2018~2022년 예산안상 총지출 증가율(7~9%)보다 4~5%포인트 낮은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 규모도 역대 최대였던 전년 수준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올해 예산을 짜면서 24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세수 여건 악화로 수입이 줄어든 만큼 지출도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올해 들어 5월까지 국세수입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6조원 덜 걷히고, 내년부터 법인세 인하 효과 등으로 연평균 12조여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지만 재정 건전성 확보에 방점을 찍고 지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내년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 지출마저 예년보다 감소할 경우 취약계층 등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1%로 전망해 지난 3월(2.3%) 대비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정부 전망과 다르게 경기를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돼 있고, 세계경제가 녹록지 않아 복합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확장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긴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경제 안정화뿐 아니라 장기 성장잠재력 확충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징수권 시효가 만료된 체납세금은 1조9263억원으로 조사됐다. 시효가 완성돼 사라진 체납세금이 2020년 1조3411억원, 2021년 2조807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3년간 6조원 정도가 증발한 셈이다. 세수 펑크가 심각한 만큼 체납세금 징수 강화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