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엔진 가치를 증명하다…아우디 고성능 내연차 RS7 스포트백·RS6 아반트 시승기
한국인 선호도 높은 쿠페형 ‘RS7’
짐 싣기엔 왜건형 ‘RS6’가 실용적
낮고 넓은 차체, 첫인상부터 날렵
모드로 정숙성·역동성 선택 가능
운전대 조작하는 대로 반응 ‘민첩’
낮은 연비·높은 판매가격은 단점
전기차 전환 시대에도 고성능 내연기관차의 매력, 존재의 이유는 여전하다. 출발 전 동물처럼 그르렁거리는 엔진 소리와 근육이 꿈틀대는 듯한 진동, 가속 시에 들리는 포효 같은 배기음은 차 마니아들의 피를 끓게 한다. 또 전기차에 비해 가벼운 차체, 초고속 구간에서 지칠 줄 모르며 치고 나가는 맛 등은 아직 전기차로는 채우기 힘든, 고성능 내연차가 생존할 수 있는 이유들이다.
아우디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새로 출시한 고성능 모델 RS7 스포트백과 RS6 아반트는 ‘전기차 시대에도 고성능 내연기관차가 왜 남아야 하느냐’라는 질문에 답을 준다.
아우디 초청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달 24일 출시 전 RS7 스포트백과 RS6 아반트를 번갈아 몰아봤다. 나파밸리에서 출발해 주변 도로를 약 300㎞ 달렸다. 시승회에는 한국 기자들 외에도 스위스, 독일, 키르기스스탄 등의 기자·유튜버 등이 참여했다.
주행 전에는 국가별 선호하는 차 형태가 다르다는 점을 실감했다. 자율적으로 차를 먼저 골라서 주행하는 방식이었는데, 한국 외의 다른 나라 참가자들은 처음에 모두 RS6 아반트를 골랐다. RS6 아반트는 오후에나 탈 수 있었다. 한국 기자들은 RS7 스포트백을 먼저 타기를 대체로 원했다.
RS7 스포트백과 RS6 아반트는 같은 심장을 가진 차다. 다만 RS7 스포트백은 쿠페 스타일 세단이고, RS6 아반트는 왜건이다. 한국에선 왜건이 찬밥 신세지만, 유럽 등 서구권에선 인기가 많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RS7 스포트백은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에 잘 맞는 차다. 디자인은 쿠페 형태로 잘 빠졌지만, 동시에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낮고 넓은 차체는 이 차가 고성능차, 잘 달리는 차라는 걸 외관에서부터 보여준다. 모양만 봐도 바닥에 깔려서 달릴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 제원을 보면 전고(높이)는 1435㎜고 전폭은 1950㎜다.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준대형급인 현대자동차 그랜저와 비교하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랜저 전고는 1460㎜이고, 전폭은 1880㎜다. RS7 스포트백이 높이는 2.5㎝ 낮지만, 좌우로는 7㎝나 더 크다. 무려 22인치 타이어와 앞바퀴 휠에 존재감을 뽐내는 빨간색 캘리퍼(브레이크 패드를 잡아주는 유압장치)는 ‘잘 달리고 잘 서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주행을 시작하자 오히려 반전을 느낄 수 있다. RS7 스포트백은 단순히 잘 달리기만 하는 차가 아니다. 주행모드별로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줬다. 편안하고 정숙한 신사 같기도 하고, 거칠고 빠르게 달리는 운동선수 같기도 했다.
기본인 ‘컴포트 모드’에서는 정숙함을 느낄 수 있다.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 도로의 굴곡과 노면 소음을 덜 느끼게 해줬다. 몸에 주는 충격도 최소화했다.
그러면서도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의 가속감을 선사했다. 컴포트 모드에서도 충분히 잘 달리는 차다.
그럼에도 더 빠른 속도를 느끼고 싶다면 ‘다이내믹 모드’로 바꾸면 된다.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출발 전부터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운전자의 심장을 자극했다. 서스펜션은 조금 더 딱딱해지고 가속페달은 살짝만 건드렸는데도 튀어나갈 듯 더 즉각적인 반응속도를 보여줬다.
RS7 스포트백의 심장은 4.0l 8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TFSI 엔진이다. 최대출력 630마력, 최대토크 850Nm이다. 제로백(시속 0에서 100㎞에 도달하는 시간)은 3.4초다. 최고 제한속도는 시속 305㎞에 달한다. 속도가 빠르지만 운전대를 움직이는 대로 차가 반응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안정감이 높았다. 도로에 차가 잘 붙어서 원하는 만큼 움직였다. 마치 레이싱게임을 하는 느낌과 유사했다.
아우디의 고성능 전기차 ‘RS e-트론 GT’와 비교하면 주행 느낌이 다르다. 초반 가속과 무게감에서 차이가 난다. RS7 스포트백도 내연기관차 중에선 무게가 무겁다. 2090㎏으로 2t이 넘어간다. 그럼에도 RS e-트론 GT(2355㎏)보다는 265㎏이나 가볍다.
모터와 엔진이 선사하는 주행의 느낌도 다르다. RS e-트론 GT는 초반 토크가 좋은 전기차 특성상 묵직한 차를 처음부터 엄청난 힘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여줬다. 반면에 RS7 스포트백은 힘을 웅축하다가 터뜨리는 느낌이 든다.
RS6 아반트는 RS7 스포트백과 비슷한 주행 성능을 준다. 다만 왜건 형태다 보니 무게 중심이 좀 더 뒤에 있을 수 있다. 다만 실제 주행에서 느끼기는 어려웠다. 트렁크에 충분히 짐을 싣는다면 주행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개인적으론 RS7 스포트백의 외관이 멋지게 느껴졌다. 하지만 짐을 실을 일이 많다면 RS6 아반트가 더 실용적이라는 건 명확하다.
단점은 연비와 가격이다. RS7의 국내 공인연비는 7.0~7.4㎞/ℓ다. 신형 모델의 가격은 미정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RS7은 1억7142만원이고, RS6 아반트는 1억6552만원이다. 신형 모델이라 가격이 더 높아질 경우 소비자는 고민될 수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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