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자 7명 중 1명, 의식주 뺀 소득 전액 빚 갚는 데 쓴다
DSR 70% 이상인 차주 15.2%
100% 이상인 경우도 8.9% 달해
다중채무·저소득 차주 DSR 67%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전세자금대출 2억원에 대해 매달 100만원 정도 이자를 내고 있다. 대출 금리가 1년 전 대비 2배가량 오른 탓에 이자도 2배 급증했다. 자신의 월소득(250만원)을 감안하면 부담이 상당하다. 박씨는 “대출 이자가 많이 늘어나는 바람에 살림이 빠듯해졌다”며 “최대한 아끼면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대출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금리가 상승해 이자 부담이 급증한 영향 등으로 가계대출 차주(대출받은 사람) 6~7명 중 1명은 연소득 중 최소 생계비를 제외한 전액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 차주 1977만명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평균 40.3%로 집계됐다.
전 분기(40.6%)보다는 0.3%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40%를 웃돌고 있다.DSR은 차주의 연소득 대비 연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로, 이 수치가 40%면 연소득의 40%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는 뜻으로 월 300만원 소득자라면 매월 원리금 지출이 120만원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DSR 40% 이내에서만 대출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기 전 무리하게 대출받은 차주나, 40% 규제에 맞춰 대출을 받았지만 금리가 올라 이자가 늘어난 차주는 DSR이 40%를 넘길 수 있다.
한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DSR이 100% 이상인 가계대출 차주는 전체의 8.9%(175만명)에 달했다. 이 수치는 2020년 3분기(7.6%) 이후 2년6개월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DSR이 70% 이상, 100% 미만인 차주는 전체의 6.3%(124만명)로 집계됐다. DSR 70% 이상인 차주가 전체의 15.2%(299만명)에 이르는 것이다.
DSR이 70% 수준이면 최소 생계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하는 데 쓴다고 보면 된다. 299만명이 빚을 갚기 위해 최소한만 지출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셈이다.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1분기 다중채무자의 평균 DSR(62.0%)은 전 분기보다는 0.8%포인트 하락했으나 가계대출 전체 평균보다는 여전히 높다. 또 다중채무자의 29.1%(129만명)가 DSR 70% 이상에 해당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의 평균 DSR은 1분기 67.0%로 나타났다. 취약차주의 37.5%(46만명)는 DSR이 70%를 웃돌았고,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차주 대출액의 68.0%(64조3000억원)에 해당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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