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츠와나 “우린 노예 아니다”…다이아몬드 할당량 25 → 30% 늘려 영국 기업과 재계약
인구 240만명의 아프리카 소국 보츠와나가 영국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와의 다이아몬드 채굴 계약을 갱신하며 자국에 배당되는 원석 할당량을 현행 25%에서 30%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보츠와나 정부와 드비어스는 새 다이아몬드 채굴 계약을 맺었다. 보츠와나 몫의 다이아몬드 원석 할당 지분을 25%에서 30%로 즉시 늘리고, 2033년까지 이를 50%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에 드비어스는 향후 10년간 보츠와나 경제 발전 명목으로 8억2500만달러(약 1조900억원)를 투자하고, 보츠와나 현지인을 위해 다이아몬드 채굴·가공·판매 등의 각종 기술을 교육할 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대신 드비어스는 2054년까지 보츠와나에서의 채굴 면허를 연장했다.
NYT에 따르면 드비어스는 보츠와나를 식민지배하던 영국 정부를 등에 업고 1938년 다이아몬드 탐사권을 독점했지만 2004년이 돼서야 보츠와나에 원석 지분 15%를 할당했다.
물론 드비어스는 보츠와나 경제에 버팀목 역할을 했다. NYT는 “보츠와나는 1966년 다이아몬드 원석 발견 이후 기대수명이 37세에서 61세로 늘었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6위를 차지하는 등 중상위 소득 국가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보츠와나는 드비어스와의 채굴 계약으로만 28억달러(약 3조7000억원)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자신들의 땅에서 나오는 광물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어깨너머로 배운 다이아몬드 채굴·가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츠와나는 드비어스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보츠와나는 드비어스와의 다이아몬드 채굴 계약 종료일이던 지난달 30일까지 “더는 불평등한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드비어스를 압박했다. 모크위치 마시시 보츠와나 대통령은 “우리는 노예가 되기를 거부해야 한다”며 드비어스가 다이아몬드 채굴로 챙기는 이득을 보츠와나에 더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드비어스는 결국 보츠와나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계약서에 서명했다.
보츠와나 정부와 다이아몬드 채굴 노동자 간 갈등과 소득불평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여전히 소수만이 다이아몬드 채굴·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기술자들도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채굴 노동자는 NYT에 “가족 7명이 한 달에 11.5달러(약 1만6000원)짜리 좁은 집에 살고 있다”며 “보츠와나엔 다른 일자리가 거의 없어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44세 실업자 케필웨 틸레도 “다이아몬드는 대통령을 위해서만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드비어스를 향한 마시시 대통령의 도전을 ‘정치적 가식’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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