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노래해요” 우크라 소녀 합창단 [뉴스를 만나다]
[앵커]
오늘(2일)의 주인공은 아주 멀리서 온 손님들입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평화를 노래해 온 우크라이나 보그닉 소녀 합창단이 내일(3일) 강릉에서 개막하는 세계 합창대회에 출전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그들이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들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도브리덴.
원래는 단원이 총 3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공간 관계상 저희가 대표로 몇 분만 모셨습니다.
합창단원 두 분 그리고 지휘자분 그리고 통역 도와주실 분 이렇게 함께해 주셨습니다.
우선 이 질문을 안 드릴 수가 없는데요, 아직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불과 며칠 전까지 계시다 오셨는데, 요즘은 상황이 좀 어떤지요.
[답변]
[올레나 솔로베이/보그닉 소녀 합창단 지휘자 : "우크라이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이 전쟁 때문에 매일 우리의 생명과 집, 운명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침략 국가인 러시아가 우리가 아끼는 고향에 밤마다 미사일 드론을 발사합니다. 결과는 항상 비극입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전쟁을 겪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 공포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러시아가 침공하고 한창 전투가 벌어지던 그 초기의 기억을 제가 좀 여쭤봐도 될까요?
[답변]
[율리아 레페츠카/단원 : "미사일 소리에 새벽 4시에 깼어요. 무엇보다 공포가 앞섰습니다. 어디로 도망가야 할지 몰랐어요. 우크라이나 곳곳에 가족이 있고 그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기 어렵고 두려웠어요. 한 두시간 뒤에 부모님 집이 공격당했어요. 창문과 문이 다 부서졌어요. 다행히 부모님들은 안전한 공간에 계셔서 살았습니다. 너무 무서웠어요."]
[앵커]
이런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합창 연습은 어떻게 해오셨는지도 궁금하거든요.
[답변]
[알리사 모즈르코/단원 : "전쟁 초기엔 합창단이 어떻게 될지 몰랐어요. 다들 우크라이나 각지에 흩어져 있거든요.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합창단은 목 건강뿐 아니라 즐거움을 주고 우리 모두에게 치유를 줍니다. 단원들끼리 화상통화로 연락해요. 유럽 투어에 초청받고는 화상통화 앞에 모였죠. 재미 있기도 했고요. 인터넷 통신에도 문제가 있는데 연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니다. 다행히 여름 즈음 상황이 조금 나아졌고, 만나서 연습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은 서로 얼굴을 볼 수 있게 됐어요. 연습실 지하에 대피소가 있는데 경보음이 울리면 대피소에 내려가 연습합니다."]
[앵커]
이번 강릉 세계합창대회에서 부를 노래는 어떤 곡들을 준비하셨고 어떤 취지로, 어떤 의미로 준비해 오셨는지.
[답변]
[올레나 : "곡들이 우크라이나를 잘 대표할 거라 생각합니다. 준비한 곡 중에는 특별한 세 곡이 있습니다. 특별히 준비했어요. 즐거운 곡들이 아닙니다. 첫 번째는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전사들에 대한 곡입니다. 현재 일부 합창단원 중에서 부모가 전쟁에 나가 싸우는 분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매일 숨지는 어린이에 대한 곡입니다. 여러 명이 죽는 날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매일 부모가 죽고 아이가 홀로 남는 이야기를 담은 곡입니다. 이 세 곡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전 세계가 우리와 함께 고통을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앵커]
그리고 대회 참가뿐 아니라 강릉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위한 특별한 공연도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답변]
[올레나 : "네. 우리는 공감을 표현하고 싶어요. 우리가 인간의 고통이 뭔지 알기 때문입니다. 집을 잃어버리거나 직장을 잃어버리거나 공허함을 느끼는 게 어떤 것인지 우리는 알아요. 그래서 희생자들에게 공감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지금 전쟁 중인 조국 우크라이나와 또 세계를 향해서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좀 한 말씀해 주시죠.
[답변]
[율리아 : "전 세계는 우리가 어떤 재앙을 앞두고 있는지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요즘 자유와 존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전 세계와 도와주는 나라에 감사를 전합니다. 평화에 닿기 위해, 평화를 갖기 위해 우리는 함께 해야 합니다. 다 함께 일어서야 하며 서로 도와야 합니다."]
[알리사 : "일주일이나 이주일이면 전쟁이 끝날 줄 알았는데, 벌써 1년이 한참 지났습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평화를 원합니다. 그 누구도 나의 나라에서 자기들만의 규칙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해요."]
[앵커]
부디 이 전쟁이 여기서 끝나고 두려움 없이 진정한 평화 속에서 평화를 노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읽겠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특별한 손님들 보그닉 소녀 합창단 여기서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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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경 기자 (pjk01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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