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의대 출신, 국가시험 자격 없다”는 의사들 소송 기각
법원 “원고들, 행정소송법상 적법한 당사자 아니다” 각하
한 국내 의사단체가 헝가리 의과대학 졸업생은 국내 의과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의사국가시험을 칠 수 있어 불공평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이하 공의모)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대학 인증요건 흠결확인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일 밝혔다. 20~30대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의 모임인 공의모는 지난해 3월 헝가리 소재 의과대학 네 곳의 졸업생들에게 국내 의사국가시험을 치를 자격이 주어져선 안 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헝가리가 한국 유학생에게 헝가리 내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조건부 의사면허를 발급하고 있으며, 문제의 의대 네 곳에는 입학자격, 입학정원, 졸업요건 등에 관해 헝가리에서 통용되는 학칙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해당 대학들이 한국 유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모든 정규과목 수업을 헝가리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하는가 하면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 유학생들을 위해 국제학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우리나라 의료법에서 정한 외국대학 인정요건에 미달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외국에서 의사면허를 받으면 국내 의사국가시험을 치르고 국내에서도 의사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헝가리 의대에서 공부한 뒤 국내 의사국가시험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실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외국 의과대학 졸업자 중 국내 의사국가시험 응시자는 총 409명으로, 그중 헝가리 소재 대학 졸업자가 1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국내 의사고시 합격률은 82.35%로, 외국 의대 출신의 고시 합격률인 60.4%를 크게 웃돌았다.
공의모가 문제 삼은 헝가리 대학 네 곳도 복지부가 고시한 인정 기준에 따라 의사국가시험 응시자격을 부여받은 외국대학이다. 공의모는 “해당 대학을 졸업하고 조건부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한국 유학생들이 한국에서 의사면허를 취득하게 됨으로써 국내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대학병원에서 수련 및 전공 선택의 기회를 침해당하고, 취업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은 행정소송법상 적법한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청구를 기각했다.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당사자소송은 ‘행정청의 처분 등을 원인으로 하는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을 뜻하는데, 이 사건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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