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또 다른 위기…‘기후 약자’
[앵커]
이렇게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와 관련된 재난들이 잇따릅니다.
자연 재해는 그 누구도 피해가기 어려운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대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날씨'의 문제가 곧 '생사' 문제로 직결 되는 <기후 약자>들, KBS '기후 위기 대응팀' 에서 조명해 봤습니다.
김민경 기상 전문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제주 앞바다로 이어지는 월대천, 하천이 바다와 맞닿은 곳에서 불과 400여 미터 거슬러 올라가면 하천변 50년 된 낡은 건물이 있습니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50여 명의 아이가 살고 있는 보육원입니다.
최근 장마나 태풍 때면 보호자나 아이들 모두 조마조마합니다.
[이미숙/제주보육원 사무국장 : "요즘 비가 왔다 하면 선생님들이 항상 비옷을 입고 와서 여기서 물이 얼마큼 넘칠지 걱정하면서 항상 확인을 해요, 그런데 진짜 여기까지 와요."]
실제로 만조까지 겹치면 담벼락까지 차오른 거센 물살이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미숙/제주보육원 사무국장 : "여기가 무너지면서 월대천 물이 이제 전부 다 아이들 방으로 쏟아진 거죠, 1층이 그때 잠겼고요."]
건축물 안전진단결과,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 D등급.
2년 전 정부지원사업도 신청해봤지만, 집단시설은 해당되지 않아 이마저도 받지 못했습니다.
[제주보육원생/음성변조 : "물이 찰 때는 그냥 물을 무시하고 그냥 뛰어가요. 물이 넘칠까 봐…"]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이 마을에선, 태풍 때마다 집안까지 들이치는 파도에 대피조차 쉽지 않습니다.
[김동익/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 "그냥 전부 다 태풍에 전부 해수(바닷물) 올라와 가지고, 이 방파제를 만들어 가지고 하고 있는데 그래도 마음들을 놓칠 못해요, 노인들이라…"]
이 같은 '기후 약자'에겐 재난을 겪을 때부터 복구, 예방까지 모든 과정이 취약합니다.
실제 같은 재난을 겪더라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사람은 취약계층일수록 높아져 하층에선 40%에 가까웠습니다.
또 이런 취약성을 보완해줄 정부지원이 불충분했단 답변도 83%로, 중상층 이상에 비해 1.5배나 더 높았습니다.
[조천호/전 국립기상과학원장 : "이걸 복구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바로 이런 피해 속에서 이걸 회복 못 한 상황에서 또 이런 피해가 다시 오게 되고, 그러면서 이 악순환의 구조에 빠져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기후변화에도 안전한 최소한의 기반시설입니다.
[이미숙/제주보육원 사무국장 : "아이들이 다치지 않는, 물이 넘치지 않고… 안전한 환경이 되는 게 가장 최소한의 바람이면서 또 가장 큰 바람이기도 합니다."]
KBS 뉴스 김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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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minky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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