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묘지 참배한 이낙연 “민주당, 국민 눈높이서 역할 하길”

김윤나영 기자 2023. 7. 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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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첫 지역 일정 호남행…‘이재명 체제’ 이후 당에 첫 쓴소리
지지자들과 함께 세 과시하듯… 이낙연 전 국무총리(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2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서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귀국 후 첫 지역 일정으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2박3일간 방문하면서 당 혁신 문제를 본격적으로 언급했다. 앞으로 민주당 내부 문제에 할 말은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이 안팎의 위기에 부닥치고 국민은 몹시 고통을 겪고 계신다. 이런 때 제가 몸담은 민주당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할 텐데 국민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총리는 “혁신의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며 “혁신은 민주당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을 거치면서 ‘방탄 정당’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전 총리는 호남 민심에 대해서는 “지역민들이 몹시 절망하고 화가 나 있는 것으로 느꼈다”며 “정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기대를 걸었던 민주당에 대해서도 많이 실망하고 계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서는 “불행하게도 정부는 무능한 데다 폭주하고 있고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리가 호남 민심까지 거론하면서 당에 쓴소리한 것은 이재명 대표 체제가 들어선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이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로 내홍에 휩싸이자 1년간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당 내부 문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한 친이낙연계 의원은 이 전 총리의 이날 발언을 두고 “당을 분열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 그동안 언행에 신중해왔지만, 이제는 당에도 제대로 할 말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 총리는 기자들이 앞으로 역할을 묻자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현 단계로서는 저의 역할이라고 판단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이 전 총리와 이 대표의 만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전 총리는 이번주 중에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먼저 만난 다음 이 대표와 만남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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