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 공청회, 요식행위였다” 주민 증언

박용하 기자 2023. 7. 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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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언론, 2018년 논의 실상 지적…주민들 ‘방류 반대’ 목소리
연립 여당인 공명당 대표 “방류 시기, 해수욕 시즌은 피하자”

“김빼기(ガス拔き)였죠. 그냥 공청회를 했다는 요식행위 중 하나였을 거예요.”

일본 후쿠시마현 주민 사토 다쓰히코(71)는 지난 1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2018년 8월 자신이 참여했던 ‘원전 오염수 처리에 관한 정부 공청회’를 이같이 회상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 전문가로 소위원회를 꾸려 오염수 처리 방식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열었는데, 실제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기보다 푸념을 들어주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것이 그의 증언이다.

원전 전문가이자 당시 소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야마모토 이치로 나고야가쿠게이대 교수(부학장)도 당시 위원회가 ‘사실상 결론을 정해두고’ 주민들을 만났음을 인정했다. 야마모토 교수는 “오염수 처리 방식에 대한 안전성 검토는 끝났었다”며 “우리는 반대하는 이들이 가진 우려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기획기사를 통해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는 일본 내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소개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국내에서 오염수 처리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를 벌인 끝에 최적의 안을 선택했다고 주장했으며, 한국 정부도 이를 수용해 “방류를 재논의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청회에 참석했던 주민들이 전한 실상은 달랐다.

사토와 야마모토 교수가 참석한 공청회 당시만 해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일단 (오염수의) 지상 보관을 검토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청회는 사실상 결론을 정해두고 진행된 것이며, 다양한 오염수 처리 방식을 검토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소위 측은 공청회 당시 중요한 논의를 다음으로 미뤘으며, 그 뒤 공청회는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농림수산단체 등의 의견을 묻는 기회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공청회에서 나왔던 일부 대안들이 소위의 검토 사항에 포함되긴 했으나, 정부는 2021년 4월 비용 면에서 저렴해 당초 선호했던 해양 방류로 최종 결정했다.

처리 방식이 결정됐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의문이 많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시시도 사치코(64)는 올해 4월 열린 공청회에 참석해 해양 방류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문의했으나 제대로 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해양 방류 외에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인지 의문을 해소할 설명회가 열리지 않고 있다”며 “(처리 방식이 결정됐지만) 그래도 양방향 소통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사히는 이번 원전 오염수 처리에 대한 논의 과정을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와 비교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와 원전 사업자는 삼중수소(트리튬)를 함유한 오염수를 강물에 방류하려 했고, 이 강물을 식수로 활용하던 인근 랭커스터시와 환경보호단체들은 반대했다. 다만 스리마일섬의 경우 결정 과정이 일본 정부와는 확연히 달랐다. 법원에서 화해가 성립되자 NRC와 원전 사업자는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한 뒤 공청회를 포함해 13년간 총 78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오염수의 처리 방식 자체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으며, 3시간 반 동안 질의응답이 반복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긴 논의 끝에 스리마일섬 위원회는 방류는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렸으며, NRC와 원전 사업자는 대안으로 증기 방출을 결정했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아서 모리스 전 랭커스터 시장은 아사히 인터뷰에서 “주민의 의문에 답하고 논의를 거듭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신뢰와 투명성은 이를 통해 형성된다. 대화 없이 정책을 결정하면 주민의 분노를 살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연립 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가 오염수 방류 시기와 관련해 2일 “임박한 해수욕 시즌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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