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계 佛 청소년 총격 사망… ‘인종차별 규탄’ 반정부 시위

윤솔 2023. 7. 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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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경찰관이 한 알제리계 청소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닷새째 이어졌다.

시위는 6000여명이 참가한 평화행진으로 시작됐지만,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폭죽 등을 발사하고 공공기물에 불을 지르며 과격해졌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시절인 2005년에도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이민자 소년 두 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대규모 시위가 수십 일간 이어져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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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건물 잇단 방화 등 닷새째 격렬 시위… 전쟁터 방불
과속단속 피하려던 10대에 발포
살인 혐의 경찰관 구속상태 조사
2일까지 체포된 시위대 3000명
마르세유선 중국인 관광버스 공격
韓대사관 “신변 안전 각별히 주의”
마크롱 대통령, 獨 국빈방문 취소
연금개혁 반대시위 이후 또 위기

프랑스에서 경찰관이 한 알제리계 청소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찰 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닷새째 이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사태 수습에 매달리고 있으나, 연금개혁 반대 시위 이후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24방송 등에 따르면 시위의 발화점이 된 나엘(17)의 장례식이 전날 프랑스 서부 도시 낭테르의 이슬람사원에서 삼엄한 경비 속에 치러졌다. 이곳에 모인 군중은 “나엘을 위한 정의”를 외치며 장례 행렬을 따랐다.
경찰이 쏜 총에 17세 이민자 소년이 사망한 사건으로 프랑스 전역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촉발된 가운데 시위 닷새째인 1일(현지시간) 새벽 서부 오드센주 낭테르에서 소방관들이 시위대가 불을 지른 버스를 진화하고 있다. 낭테르=EPA연합뉴스
알제리계 이민 가정 출신인 나엘이 지난달 27일 숨진 이후 프랑스 전역에서는 경찰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평화행진으로 시작된 시위는 경찰을 향한 폭죽 발사와 공공기물 방화 등으로 과격해졌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밤부터 1일 새벽까지 총 2560건의 화재가 발생해 자동차 1300여대, 건물 230여채가 불에 탔다. 지난달 29일에는 마르세유에서 중국인 관광객 41명을 태운 버스가 시위대의 투석 공격을 받아 승객 일부가 경상을 입었고, 주마르세유 중국총영사관은 프랑스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우리 외교부와 주프랑스 한국대사관도 홈페이지 공지문 등을 통해 프랑스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 “야간 외출 시 주의해 주시고, 폭력시위가 발생하는 장소를 지나치실 경우 신속히 현장을 이탈하는 등 신변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나엘은 지난달 27일 낭테르에서 과속 단속을 피하려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검찰에 따르면 나엘은 경찰 2명이 총구를 겨눈 채 시동을 끄라고 명령하자 이에 따르지 않았고, 차가 움직이는 것을 본 경찰 중 하나가 발포하면서 가슴에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다.

하지만 현지 일간지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나엘의 동승자 중 한 명은 경찰이 발포 전에 나엘을 총 뒷면으로 세 차례 가격했고, 이로 인해 나엘이 실수로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나엘을 향해 “네 머리에 총알이 박힐 거야”라고 협박했다고도 말했다. 검찰은 해당 경찰관이 부적절한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시위 닷새째인 2일까지 체포된 시위대는 3000명이 넘는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17세로 시위대의 3할이 미성년자였으며 가장 어린 구금자는 열세 살에 불과했다.

나엘과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들이 시위에 적극 가담하는 이유로 ‘동질감’이 꼽힌다. 파비앙 트루옹 파리8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현지 일간 르몽드에 “소년들은 나엘의 죽음이 자신의 죽음일 수 있었다는 이유로 이처럼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며 “낙후된 지역에 사는 10대라면 누구든지 반복적이고 불쾌한 신원 검사를 받는 등 경찰과의 부정적인 기억을 갖고 있고, 이는 결국 경찰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감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나엘이 사는 낭테르를 비롯한 파리 외곽 지역의 거주자 다수는 가난한 무슬림계 이민자다. 프랑스 정부는 이들 지역을 우범지대로 분류하며 강화된 단속을 시행해 왔다.

이번 시위로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시절인 2005년에도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이민자 소년 두 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대규모 시위가 수십 일간 이어져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적이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가 격화하던 지난달 28일 가수 엘튼 존의 공연을 보러 간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야권과 시민사회의 거센 비판도 받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마크롱 대통령은) 인기 없는 연금개혁으로 촉발된 정치 갈등에서 이제 막 벗어났는데, 이번 폭동으로 두 야당이 마크롱을 다시 한 번 약화시킬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사태가 악화하자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23년 만의 독일 국빈방문(2∼4일)을 앞두고 있던 마크롱 대통령은 방독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윤솔·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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