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도로 위 잔혹사 ‘응급실 뺑뺑이’… 병원은 왜 환자를 거부했나

허시언 기자 2023. 7. 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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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20년 해묵은 사회 문제
중증환자 절반 골든타임 안에 도착 못해
결국은 응급실의 인력 부족 문제로 귀결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라노에게는 응급실에서 일하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요. 그 친구는 항상 허덕거리면서 일하고 있어요. 항상 환자들 틈바구니 속에서 일에 파묻힌 채로 사는 것 같은데요. 친구가 일하는 응급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라노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들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어요. ‘이렇게 많은 환자들이 응급실에 있으니까 다른 환자가 들어갈 자리가 없나’ 싶기도 하고요. ‘응급실엔 항상 환자들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은데 어떤 환자들은 왜 못 들어오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부산 연제구 부산의료원 응급실. 국제신문DB


▮20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문제

지난 5월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환자가 사고 접수 후 10분 만에 구조됐습니다. 하지만 2시간 동안 11곳의 병원에서 ‘수용불가’ 통보를 받고 결국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죠. 지난 3월 대구에서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2시간 넘게 병원을 찾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해 7월 서울에서는 대형병원 간호사가 일하는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응급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했습니다. 병원 의료진마저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이죠.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하는 현상은 일관되게 이어져 왔습니다. 적정시간 도착비율은 발병 24시간 이내 환자 중 ▷급성 심혈관 질환 2시간 이내 ▷허혈성 뇌졸중 3시간 이내 ▷중증 외상 1시간 이내 내원한 환자 수를 바탕으로 계산됩니다. ‘골든타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한 중증환자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죠. 국립중앙의료원은 최근 5년 동안 생사의 기로에 선 중증환자 중 절반이 골든타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47.2% ▷2019년 47.3% ▷2020년 48.4% ▷2021년 50.8% ▷2022년 52.1%의 중증 응급환자가 골든타임 안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응급실에서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된 사례는 13만 건에 육박했죠.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죠. 사실 응급실 뺑뺑이는 무려 20년이나 해묵은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병원에는 발도 들이지 못한 채 사망하는 불행이 아직까지 반복되고 있죠. 그래서 라노가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응급실 뺑뺑이의 근본적인 원인

첫 번째, 병원과 병원 사이에서 전원을 시켜줄 수 있는 중간 매개체가 없습니다. 많은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병원 사이 전원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전원은 통상적으로 의사 간에 행해지고, 응급의학과가 통로가 됩니다. 환자를 받아달라는 전화가 응급실로 들어오죠. 전원을 보내야 하는 의사와 사정이 좋지 않아 받아줄 수 없다는 의사 사이에서 곤란함이 생기고, 환자는 사전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고, 응급실에서 환자를 도저히 받을 수 없어 다시 돌려보내는 비극이 벌어지게 됩니다.

일일이 전화를 돌리며 전원을 요청하는 일은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서로 곤란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병원 간 전원을 주선하는 업무를 담당할 중간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매개체가 바로 ‘1339’라고 강조했죠. 병원에서 1339에 전원을 의뢰하면 1339에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 연결하면 전원이 훨씬 쉬워진다는 것. 의사·구급대원 등이 병원에 하나하나 연락해 전원이 가능한지 묻는 것보다는 모든 병원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간 매개체가 환자의 상태를 듣고 재빠르게 알맞은 병원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입니다. 조 교수는 “병원 간 전원이 쉬워지기만 해도 병원에서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환자를 받아 적절한 조치를 취한 뒤 다른 병원으로 바로 보낼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이겠냐”며 “환자를 한번 받으면 전원이 쉽지 않으니 처음부터 거부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환자의 흐름이 통제되지 않습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많이 이들이 라노에게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습니다. 바로 “응급실은 언제 어떻게 바쁠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죠. 갑자기 응급환자가 들이닥쳐 응급실 인력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부지기수라는 뜻입니다.

정 교수는 “병원을 단계별로 나눠 업무를 분담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응급실에 접수를 하고 난 뒤에는 피검사, 심전도검사, 엑스레이, CT 검사 과정을 대부분 거칩니다. 기본 루틴이라고 할 수 있죠. 검사부터 기본적인 처치까지 응급실에서 담당하다 보니 손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어집니다. 정 교수는 “병원을 단계별로 나눠 1차 병원은 검사, 2차 병원은 진료 및 응급실 이송, 3차 병원으로 응급실을 지정해야 한다”며 “응급실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다 보니 인력이 부족하고, 환자의 흐름이 통제되지 않으니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세 번째, 119와 병원 사이 소통 체계가 부실합니다. 구급대가 임의로 아무 응급실에나 환자를 데려가면 병원에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해 재이송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환자를 수용하게 된 병원에서 환자를 평가한 후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전원을 보내야 합니다. 전원 과정은 구급대가 최종 치료 가능 병원을 찾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골든타임을 지켜야 하는 중증 응급환자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하죠. 그래서 2011년에는 수용능력 확인을 의무화했습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 2에서는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이송하고자 하는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고 응급환자의 상태와 이송 중 응급처치의 내용 등을 미리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부산광역시 소방재난본부가 동아대학교의료원에 의뢰해 연구한 ‘부산형 IT 기반 병원선정 프로세스 개발 및 이송체계 개선 연구’의 결과를 보면 재이송 사례는 2019년까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7년 364건 ▷2018년 664건 ▷2019년 805건의 재이송이 일어났죠. 그러던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며 재이송 사례가 줄어들게 됩니다. 발열,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를 무작정 이송했는데 격리실이 없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속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급대는 격리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거의 모든 환자를 이송할 때 사전 연락을 취해 수용능력을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동아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정진우 교수는 “2019년까지 재이송 사례가 꾸준히 증가했던 것은 2011년부터 수용능력 확인이 법제화됐음에도 불구하고 119 구급대가 이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무작정 아무 응급실에나 환자를 이송하는 행태가 변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죠. 정 교수는 “코로나 종식 선언에 가까워지며 구급대가 이전의 ‘좋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며 “소방청이 스스로의 환자 상태 파악 및 이송병원 선정 능력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네 번째, 경증환자가 응급실에 오기 쉽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준숙 의원실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받은 ‘2016~2022년 연도별 응급실 내원 환자 현황’ 자료를 보면 해마다 발열 등 경증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전체 응급실 내원 환자의 절반 이상한 차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KTAS 분류는 5등급으로 1~3등급은 응급이자 중증환자군으로, 4~5등급은 비(非)응급이자 경증환자군으로 분류됩니다.

2022년 응급실을 찾은 환자 수를 등급별로 세분했을 때 ▷1등급 9만2519명(1.2%) ▷2등급 37만3564명(4.9%) ▷3등급 288만6789명(37.5%) ▷4등급 302만566명(39.3%) ▷5등급 108만6603명(14.1%) ▷기타 및 미상 23만4432(3.0%) 등이었습니다. 중증도가 높아 응급으로 판정받은 1~3등급은 43.6%에 그쳤지만, 중증도가 낮아 비응급으로 판정된 4~5등급은 53.4%로 절반을 훌쩍 넘긴 수치였죠.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찾으면 무엇이 문제가 될까요? 비응급임에도 불구하고 응급실에 찾아와 응급실 인력을 낭비하게 만들고, 응급실을 혼잡하게 만듭니다. 정말 위급한 중증환자의 자리를 빼앗는 셈이죠. 응급실 간호사 A 씨는 “심각하지 않은 일로 응급실을 찾아 인력을 낭비하게 만드니 정말 급한 환자들이 응급실로 오지 못한다”며 “응급실에 와서 왜 본인부터 봐주지 않냐고 따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응급구조사 B 씨는 “비응급환자 때문에 응급환자를 진료할 병상과 인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중증환자와 경증환자를 분리하고 중증환자를 받을 수 있는 공간과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조언했습니다.

365일 24시간 운영 중인 부산백병원 응급의료센터의 야간 모습. 국제신문DB


이 모든 문제는 결국 응급실의 인력 부족 문제로 귀결됩니다. 우리나라 병원의 인구당 일반 병상 숫자는 미국·영국의 3배에 달합니다. 하지만 인구당 중환자실 병상은 3분의 1에 불과하죠. 응급실 병상도,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중환자실을 늘리면 병원이 망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증환자에게서 돈을 벌어 중증환자 진료의 적자를 메꾸는 것이 병원의 경영구조라고 하죠. 중증환자에게서는 많은 돈을 벌 수 없으니 병원이 응급실의 병상을 늘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인력으로 응급실이 운영됩니다. 하지만 응급실은 항상 바쁜 곳이죠. 바쁘게 일한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니 응급실은 의료진들이 기피하는 과 중의 하나가 됐습니다. 인력도 부족하고 여건도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응급실에 지원하는 사람이 점점 적어지면서 응급실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응급실의 진료 환경이 악화된 것입니다. 이는 고스란히 환자의 피해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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