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성 복잡한 국제 이슈…맥락 짚는 친절한 설명 필요

이종규 2023. 7. 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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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외교·안보’ 기사 집중 점검
6월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11기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외교 정책은 한 나라의 경제와 안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세계 각국 정부는 너 나 할 것 없이 ‘국익’을 중심에 놓고 외교 정책을 편다.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에게 ‘균형 외교’는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가치 동맹’을 전면에 내건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는 ‘편가르기’만 도드라진다. 이념적 성격이 짙은 ‘가치’를 추구하다 ‘실리’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11기 열린편집위원회 두번째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외교·안보 분야 기사들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이날 회의에는 제정임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장), 김우경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피아르(PR) 담당 부사장,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 방준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심창식 <한겨레:온> 편집위원,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장, 이준형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이채현 부산대 학생(전 부대신문 편집국장)이 참석했다. 한겨레에서는 김영희 편집인,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이주현 뉴스룸국 뉴스총괄, 전정윤 뉴스룸국 인사교육부국장, 황준범 정치부장이 참석했다.

창간기획 ‘정전·한미동맹 70년’ 유익… 편중외교 피해도 취재해줬으면

제정임 오늘 회의에서는 한겨레의 외교·안보·한반도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심창식 한겨레가 외교·안보 분야 보도는 상당히 잘하고 있다고 본다. 기사를 읽다 보면 편가르기 등 윤석열 정부 외교의 문제가 잘 정리가 되더라. 2가지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성한용 선임기자가 토요판의 ‘정치 막전막후’에 쓴 ‘윤석열 외교의 교범’ 기사는 국익보다 이념을 앞세우는 ‘가치 외교’가 냉전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이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지난달부터 창간기획으로 ‘정전·한미동맹 70년’ 연재를 하고 있는데, 그 기사들 중 20~70대를 대상으로 세대별 심층면접을 한 기사가 아주 좋았다. 친미·반중 정서가 강한 60~70세대도 ‘싫은 건 싫은 거고, 먹고사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다. 윤석열 정부의 편중 외교로 중국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클 것 같은데, 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심층면접이나 설문조사를 해서 실제로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 취재를 해보면 어떨까 싶다.

제정임 심 위원께서 기업 쪽 취재를 제안해주셨는데, 한겨레가 관심을 갖고 독자의 궁금증에 답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김우경 기업들에도 그런 문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워낙 민감한 이슈라 난감해한다고 알고 있다. 중요한 건 국내 기업들 중에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있는 회사는 없다는 거다. 지금 다들 중간에 끼어서 눈치를 보는 상황인 것 같다.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부담스럽고. 중국에 투자를 하고도 발표를 안 하거나, 반대로 미국에 투자하는 건 더 크게 발표하고 그런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제정임 김 위원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외교 때문에 우리가 무엇을 손해 보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알려주는 게 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후쿠시마 오염수 7문7답 정리 인상적…일상 맞닿은 관점 필요

이윤소 한겨레 홈페이지 ‘외교’ 카테고리로 들어갔는데, 일단 눌러보고 싶지가 않더라. 제목에서부터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산업이나 경제 그런 측면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이게 내 일상과는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걸까, 그런 것에 사람들은 훨씬 관심이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기사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눈길을 끌었던 기사들은 제주 해녀들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다룬 기사, 7문7답으로 궁금증을 정리해준 기사였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삶이나 일상과 연결지어서 이야기를 해줄 때 많이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관점의 기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준형 이번에 한겨레 외교·안보 분야 기사들을 찬찬히 읽다보니 독자들에게 용어 등에 대해 설명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더라. 예를 들면, 같은 날에 올라온 ‘확장억제는 뭘 억제하는 거예요?…워싱턴 선언 용어 총정리’나 ‘워싱턴 선언 속 상설 협의체…핵협의그룹은 무엇?’ 같은 기사. 그리고 외교·안보 문제가 굉장히 복잡한 맥락 속에 있어서 그것들을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선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데, 맥락적으로 설명하려고 애쓰는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다만, 맥락적 기사 쓰기를 하다보면 기사에 의견이 더 많이 섞일 수 있는데 그런 부분만 좀 경계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끝으로, 홈페이지에서 용어 설명, 맥락적 기사, 최신 뉴스를 유기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하면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좋을 것 같다.

김종진 국제 관계 흐름 같은 건 텍스트로만 전달하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데, 역학 구도를 그래픽으로 보여줘서 한눈에 알 수 있게 한 기사가 있었다.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발언 논란 때 ‘초치’ ‘자오젠’ ‘웨젠’ 같은 외교 용어의 의미를 기사에 잘 설명해준 것도 좋았다. 반면, ‘디커플링’이나 ‘디리스킹’ 같이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용어를 그대로 제목으로 쓴 것은 좀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제 분리’ ‘위험 완화’ 같은 말로 바꿔 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끝으로 제안할 게 있다. 얼마 전에 유럽연합(EU)이 ‘경제 안보 전략’을 발표했는데, 이게 향후 전세계 외교와 경제, 그리고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후속 보도를 해줬으면 한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선 런던협약(폐기물 해양 투기 금지 국제협약)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사례를 통해 조금 더 다뤄줬으면 좋겠다.

낯선 외교용어 설명 노력 긍정적…온라인 기사 유기적 연결 아쉬워

이채현 부산에 살다 보니 오염수 방류 기사들을 유심히 봤는데, 좀 선동적인 헤드라인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염수를 방류하면 왜 안 되는지, 방류를 안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싶은 건데, 그냥 대뜸 ‘방류하지 마라’, ‘일본 땅에 보관하라’ 이런 식이어서 기사 클릭하기도 싫고,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좀 들더라. 그리고 외교 기사에는 맥락이 중요한데, 한겨레 홈페이지에는 기사들이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어서 일일이 검색을 해서 찾아 들어가야 하니까 불편하다. 대학교에서도 강의 자료로 기사를 많이 쓰는데 한국 신문들은 자료를 수집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안 쓰게 된다.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같은 데는 한꺼번에 압축적으로 볼 수 있게 돼 있다. 한겨레에는 지정학적 맥락을 보여주는 이미지나 그래픽도 좀 부족한 것 같다.

제정임 한겨레가 하이퍼링크나 관련 기사 묶음 등을 통해 독자들이 맥락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신경썼으면 좋겠다.

방준성 외교·안보는 제가 잘 모르는 분야라서 엄청 긴장하고 봤는데 힘들었다. 읽어봐도 모르겠더라.(웃음)

제정임 이렇게 학식이 뛰어난 분이 이해를 못하게 기사를 썼다면 한겨레가 잘못한 거다.(웃음)

방준성 ‘내가 이걸 왜 이해를 못하지’ 생각을 해보니, 외교에서 중요한 건 ‘관계성’이더라.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알면 이해가 쉽듯이, 외교에서도 한국하고 다른 나라가 어떤 관계인지 한눈에 딱 들어오면 그다음부터는 읽기가 쉬운데, 기사 읽다가 모르는 내용 찾아본 다음에 다시 읽으려고 하니까 힘들고 기억도 안 나고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외교 문제를 등한시한 이유도 생각해 봤는데, 이 문제가 도대체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몰라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러니까 국가 간의 관계성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건 뭐고 잃을 건 뭔지, 이런 것들을 정리를 잘 해주시면 좀 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을까 싶다.

제정임 한겨레가 창간기획으로 하고 있는 ‘정전·한미동맹 70년’ 시리즈를 너무 반갑게 읽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더욱 후퇴하고 안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어렵더라도 돌파구를 찾고 대안을 제시해 주는 언론의 역할을 이 시리즈가 잘 해주기를 기대한다. 이 시리즈가 매우 유익하다고 생각하지만, 읽는 데 조금 인내심이 필요한 기사들이 있는 것 같다. 기사를 어떻게 좀 더 쉽고 친절하게 쓸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시리즈 기사마다 이전 회차 기사들을 묶어주는 등 온라인 편집을 좀 더 친절하게 해줄 필요도 있겠다.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선,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 환경단체들이 제시하는 대안이 현실성이 있는 건지, 다른 나라 사례는 없는지 등을 다뤄줬으면 좋겠다.

황준범 여러 위원들께서 ‘어렵다’ ‘내 삶과 거리가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기자들도 느끼는 문제인데, 매일 기사를 쓰다 보면 관성화되어서 놓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친절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반도 평화 이슈가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말씀해주신 대로 한겨레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

이주현 오염수 문제는 과학적으로 위험성을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다루기가 고민스럽다. 지나치게 공포를 조장하는 건 아닌지 주의하면서, 여러분들이 제안하신 것들을 기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리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 jklee@hani.co.kr, 녹취 신형철 통일외교팀 기자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11기 열린편집위원들은 6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25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좋은 평가를 한 콘텐츠는 ‘챗지피티 6개월, AI의 두 얼굴’ 기획과 ‘이주민 250만명 시대, 스포츠로 경계를 넘다’ 기획이었다.
1. ‘챗지피티 6개월 AI의 두 얼굴’ 기획
경제산업부 임지선 기자, 사회부 정혜민 기자
한줄평: “AI가 만드는 가짜뉴스로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알기 쉽게 전달했다” “기술 혁신의 규제와 활용의 딜레마”
2. ‘이주민 250만명 시대, 스포츠로 경계를 넘다’ 기획
문화부 김창금 박강수 이준희 기자
한줄평: “다름을 용납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폐쇄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아이템” “세계화 시대에 이제야 겨우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
3. 월급 216만원, 딱 먹고살면 끝…포기된 평균의 삶
사회정책부 방준호·장현은 기자
한줄평: “한국에서 평범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명시적인 숫자들”
4.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7문7답
국제부 김소연 기자
한줄평: “국민 안전과 직결된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5. ‘양회동’들이 말했다…“정당한 노조활동”의 꿈, 혼란, 그리고 눈물
사회정책부 방준호 기자
한줄평: “현장의 정서를 잘 담아 울림이 있었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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