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자포리자 원자로 4기에 폭발물 설치”···러 원전 ‘고의 파괴’ 계획 거듭 경고

선명수 기자 2023. 7. 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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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에서 구조대원과 경찰이 비상 상황에 대비한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파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남부 드니프로강 하류의 카호우카댐 파괴로 강 동안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의 사고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러시아의 ‘원전 고의 파괴’ 의혹을 거듭 제기한 것이다.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러시아에 점령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에 ‘잠재적 핵 재앙’을 일으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기술적으로 자포리자 원전에 국지적 폭발을 일으킬 준비가 돼 있으며, 이는 방사능 유출로 인한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2일에도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테러 공격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정보를 우리 정보기관이 입수했다”며 “이는 방사능 유출을 포함한 테러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크렘린궁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지난달 30일 원전 공격에 대한 러시아의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키릴로 부다노우 국방부 산하 군사정보국 국장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내 원자로 6기 가운데 4기에 폭발물을 설치했으며, 원전 냉각수를 공급하는 인근 저수지에 주변에 지뢰를 매설했다고 주장했다.

군사정보국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자포리자 원전의 러시아 감독관 3명이 최근 대피했고, 원전에서 일하는 우크라이나 직원들도 오는 5일까지 크름반도로 떠나라는 통보를 받는 등 현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가 점령 중이지만 발전소 운영은 우크라이나 직원들이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의 모습. AP연합뉴스

군사정보국은 또 현장에 남아 있는 직원들이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우크라이나 측 소행이라고 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위장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에도 러시아가 카호우카댐을 파괴한 뒤 이를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경고는 지난달 카호우카 댐 붕괴로 현실이 됐다. 러시아는 댐 폭발 이후 이를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포리자 원전 직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테러 공격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호우카댐 파괴 후 원전 냉각수를 공급하는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원전 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아카데미의 올레아 파레니우크 선임 연구원은 지난달 말 기준 냉각수 저수지의 수위가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최소 수위보다 불과 4m 높은 수준이며, 원전에 남은 직원들이 너무 적어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WP에 말했다.

그는 자포리자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피해 규모가 원자로 가동 중 폭발한 체르노빌 정도는 아니겠지만, 최악의 경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비슷한 규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원자로에 냉각수 공급이 끊어지면 짧으면 10시간에서 2주 사이에 원자로가 과열돼 핵연료봉 다발이 녹는 ‘멜트 다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최근 원전 사고에 대비해 자포리자주 일대에서 원전 비상 상황을 상정한 대처 훈련을 실시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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