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 배우’ 마동석 [만물상]
덩치 우람하고 주먹 큰 청년 마동석의 첫 꿈은 영화가 아니었다. 고교 때 이민 간 미국에서 그는 프로 복싱 선수가 되고 싶었다. 대학에선 체육을 전공했다. 하지만 좌절했다. 헬스 트레이너와 복싱 코치 등을 전전하다가 서른 넘어 영화 ‘천군’ 오디션에 응했는데 합격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탔고 배우의 길에 들어섰지만 험상궂은 외모 탓인지 대개 악역이 주어졌다. 2008년 영화 ‘비스티 보이즈’에선 사채업자로 나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채무자의 손을 둔기로 내려쳤다.
▶몸 쓰는 역을 주로 하느라 부상도 잦았다. 10여 년 전엔 척추가 골절되는 큰 사고를 당했고 수술대에도 여러 번 올랐다. “아무래도 나는 운이 없나 보다” 생각하니 힘이 빠졌다. 그런데 돌아보니 행운의 씨앗이었다. 그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각인시킨 영화는 2016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이었다. 좀비를 향해 온몸의 힘을 실어 날리는 주먹 연기는 권투 해 본 마동석을 따를 자가 없었다. 미국살이 경험도 날개를 달아줬다. 할리우드는 ‘영어 되는 한국 배우’라며 그를 찾아온다.
▶마동석이 주연한 ‘범죄도시 3′가 지난 토요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한 영화로는 처음이고 지난해 ‘범죄도시 2′에 이은 ‘쌍천만’ 기록이다. ‘부산행’을 시작으로 ‘신과 함께’ 1과 2, ‘범죄도시’ 2와 3 가 모두 1000만 관객을 넘으며 주·조연 포함해 ‘50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처음부터 영화로 직진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우회하다 늦깎이로 입문했지만 최고의 흥행 배우가 됐다.
▶'범죄도시’는 잘생긴 주인공과 흉악한 악당의 대결이란 익숙한 구도를 깬 작품이다. 시리즈 1편에선 그룹 god 출신인 윤계상이 악당을 맡았고, 2편의 악역은 손석구였다. 모두 충무로의 미남 배우다. 반면 악역에 가장 어울려 보이는 마동석이 ‘정의의 사도’다. 100㎏ 넘는 거구로 주먹을 휘두르다가도 수줍은 미소와 애교성 농담을 던지는 그에게 관객들은 ‘마블리’(마동석+러블리) ‘마요미’(마동석+귀요미)라며 환호한다. 이 새로움을 영화계는 ‘마동석 장르’라고 한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1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은 ‘교섭’과 ‘드림’ 두 편뿐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영화계에 마동석표 액션은 꺼뜨릴 수 없는 희망의 불꽃이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8편까지 만들어진다니 오래 사랑받으며 한국 영화 중흥에 앞장서기 바란다. ‘잘 만든 영화는 외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동석의 활약이 새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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