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버스까지 공격…손꼽아 기다리던 파리여행 가도 될까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7. 2. 20: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혼란 수습위해 독일 방문 연기
전국 확산 나흘째…1300명 체포
장갑차·헬기 동원 진압 검토
시위대, 中관광객 탑승 버스 공격
프랑스 10대 총격사망 항의 시위 중 불길에 휩싸인 차량 [AFP=연합뉴스]
불과 몇 달 전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겪었던 프랑스에서 다시 한 번 ‘분노 시위’가 벌어지면서 주요 도시 전역이 화염에 휩싸였다. 교통 검문을 피하려던 10대 청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발생한 이번 시위로 다시 한 번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국내 혼란 수습을 위해 독일 국빈 방문을 전격 연기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지난달 북아프리카계 청소년 나엘(17) 군이 프랑스 파리 외곽 도시 낭테르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데 따른 분노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서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이번 시위 사태로 최소 1300여 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정부는 폭력 사태 확대를 막기 위해 곳곳에 4만50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지만 시위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이다. 대형 쇼핑몰 10곳, 슈퍼마켓 200여곳, 은행 250여개 지점 등을 포함해 총 2500여개 매장과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파손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노 르 마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유가 무엇이든 국가를 상대로 하는 폭력과 약탈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파리 시내에서 시위 진압 중인 경찰 [AFP=연합뉴스]
국민적 반발을 산 연금 개혁 강행으로 정치생명 위기를 겪었던 마크롱 대통령은 수 개월 만에 이번 분노 시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3월 약 128만 명이 참여한 ‘연금 개혁 반대 시위 사태’를 겨우 정리한 직후 이번에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확산하면서 본인의 지도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야당은 경찰의 과잉진압과 이후 정부의 사후처리 방식을 문제 삼는 등 ‘마크롱 대통령 책임론’을 띄우며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초 3일 동안 예정돼 있던 독일 국빈 방문 일정을 미루고 급히 프랑스로 돌아왔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시위가 아직 ‘국가 비상 사태’를 선언할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파리 엘리제궁은 단계적으로 경찰 병력 투입 규모를 늘리고 필요할 경우 중장갑 차량과 헬리콥터, 드론 등 사용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시위 발생 지역 인근에서 예정됐던 콘서트와 학교 파티 등을 전면 취소했다. 시위 격화를 막기 위해 SNS 등 온라인상에서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게시물들도 삭제 조치할 예정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3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정부 긴급회의를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시위 사태에 더 큰 불을 붙여 사회 무질서를 유도하고 정부 기관을 공격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현 상황을 악용하려는 모든 사람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30일에는 시위가 한창 벌어지던 프랑스 마르세유를 지나가던 중국인 단체 관광버스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당시 버스에는 폴란드인 운전기사 1명을 제외한 중국인 41명이 탑승해 있었는데, 이들 중 5~6명이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버스 역시 창문이 깨지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운전기사가 안전한 지역으로 버스를 이동시켜 탑승객들은 추가 피해 없이 숙소로 돌아왔다.

버스 탑승객과 프랑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공격은 중국인을 겨냥한 ‘인종차별 범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시위 현장으로 진입하던 버스를 향해 ‘오지 말라’는 의미로 양 손을 흔들었던 어린 아이가 있었고, 경찰은 인근 경찰서를 약탈하던 시위대가 마침 해당 관광버스와 마주쳐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버스 운전기사는 손을 흔드는 어린 아이를 봤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시위 현장으로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프랑스 중국대사관은 관광버스 공격 사건 이후 성명을 내고 프랑스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에게 안전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시위 발생 지역을 최대한 피해갈 것 등을 권고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