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 기술로 “사람 몸까지 ‘디지털트윈’ 구현···애플 비전 프로 생태계 합류에 판 커질 것
매년 25% 고속성장하는 디지털 트
혼합현실(MR) 하드웨어 확산하며 더 큰 기회
수요 선점하기 위해 수백명 전담부서 신설
여의도 넓이의 1.5배에 달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플로리다주 틴들공군기지가 2018년 허리케인 ‘마이클’이 강타하면서 삽시간에 12㎢에 달하는 규모가 초토화됐다. 최소한의 건물 형태조차 남기지 않은 무자비한 재난에 50억 달러(약 6조 6000억 원) 규모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절치부심한 미 국방부는 앞으로 어떤 형태의 허리케인이 찾아와도 견딜 수 있도록 각종 재난 시나리오에 맞게 사전 테스트를 요구했다. 국방부가 찾은 답은 글로벌 게임 엔진 업체 유니티의 디지털 트윈 기술이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에 존재하는 장비·기계 등 사물들을 실제와 동일한 3차원 모델을 통해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기술로 이를 통해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것이다. 국방부는 디지털 트윈으로 가상세계에 구현한 기지에 허리케인 등 여러 가지 재난 시나리오를 적용해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최적화된 기지를 새로 짓고 있다.
유니티에서 디지털 트윈 사업 부문을 이끄는 클라이브 다우니 수석부사장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디지털 트윈’ 시장에 대해 “어느 곳의 성장성이 높으냐는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티핑 포인트(임계점)’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5년 전만 해도 자동차 제조 업체 등 일부에서만 쓰였다면 이제는 항공·제조·건설·리테일·헬스케어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GMI)는 디지털 트윈 시장 규모가 지난해 80억 달러(약 10조 5000억 원)에서 매년 25%씩 고속 성장해 2032년 900억 달러(약 11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유니티는 디지털 트윈 시장이 충분히 개화했다고 보고 디지털트윈팀을 기존 팀 단위에서 수백 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전담 부서로 승격해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 7년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활약한 핵심 임원인 다우니 부사장이 직접 이끌며 회사 차원에서도 역량을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다우니 부사장은 특히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하드웨어가 증가한 것이 디지털 트윈 시장에 큰 기회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초 애플은 확장현실(XR) 하드웨어인 애플 비전 프로를 공개하면서 3D 애플리케이션 분야에서 유니티와 협력을 발표했고 유니티 주가는 한 달 만에 50% 이상 뛰었다. 그는 “고객사들이 메타 퀘스트,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매직리프의 매직 리프2를 활용하고 있다”며 “애플 비전 프로까지 나오면 더 많은 활용 사례가 생길 것이고 그만큼 더 많은 시장 기회로 연결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라 상대적으로 메타버스 열기가 저조해졌다는 평가와 관련해서는 디지털 트윈 수요가 메타버스 붐과 관련 없다고 잘라 말했다. 메타버스가 마케팅용 콘셉트라면 디지털 트윈은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솔루션이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다우니 부사장이 최대 성과로 꼽는 부분은 헬스케어 분야다. 사람의 몸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다음, 인체 없이도 수련 과정을 거쳐 숙련된 외과 의사를 양성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어린이병원의 사례를 들며 “아이의 심장 수술을 앞두고 의사가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으로 아이의 심장과 혈관 등을 그대로 구현해 어떤 수술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 심장 수술을 앞둔 부모들의 걱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가 꼽는 목표는 실시간 3D 디지털 트윈 구현이다. 다우니 부사장은 “디지털 트윈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실시간에 가까운 런타임과 선진화된 렌더링 기술이 중요하다”며 “AI와 머신러닝 기술로 이를 고도화했고 게임 엔진을 만드는 데도 가장 강력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에서 가장 고도화된 수준은 실시간으로 시각화한 사물에 예측·시뮬레이션 모델을 적용하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몇 가지 시나리오로 미래를 예측하고 최적의 답안을 도출해내는 것으로, 현대자동차가 최적의 생산 라인을 구현해내기 위해 ‘현대차그룹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의 메타 팩토리를 구축하는 데 이 디지털 트윈 기술을 사용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아태 지역 중 디지털 트윈의 가장 중요한 성장성을 보이는 국가로 꼽았다. 그는 “내로라하는 큰 제조 업체들이 있고 현재도 앞으로도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일 곳은 한국”이라며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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