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미술도시 공주를 아십니까?
연중 전시회… 역사도시에 예술의 향기 더해
'미술도시 공주'를 아십니까?
충남 공주시에서 최근 풍성한 미술 전시회가 열렸다. 공주시내 원도심의 8개 화랑이 참여하는 2023 공주갤러리주간 행사를 연 것이다. '메이드 인 공주, 아트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기획전에는 화화와 도예, 조소 등 32명의 작가가 다양한 작품을 선뵀다.
역사문화도시 공주가 '미술도시' '갤러리도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인구 10만 명이 겨우 넘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각종 미술작품 전시회가 연중 열리고 있는 것이다.
<감영길 일원 화랑·화실·서실·공방 등 밀집>
현재 공주시 관내에는 11개의 갤러리(전시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23 공주갤러리 주간'에는 갤러리 마주안, 갤러리 쉬갈, 공 갤러리, 대통길 미술관, 민 갤러리, 갤러리 수리치, 이미정 갤러리, 공주문화예술촌 등 8곳이 참여했다. 이들 갤러리는 대부분 공주시내 원도심에 위치한 사설 화랑이다. 공주문화예술촌은 작가들이 창작활동을 하고, 전시회도 여는 복합공간이다.
문화관광재단에서 운영하는 아트센터고마와 연 공주문화원에도 전시공간이 있다. 문화원 전시공간은 현재 리모델링 중으로 내년부터 전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들 갤러리 외에도 계룡면에는 전 충남대 교수였던 임립화백이 운영하는 임립미술관이 있다.
공주시내 원도심에 갤러리가 들어선 것은 역사가 그리 멀지 않다. 이미정 갤러리가 2016년에 처음 문을 열었고, 그 뒤로 매년 한 두개씩 사설 화랑이 등장한 것이다. 일부는 작가가 작업실을 운영하면서 전시공간을 설치한 곳도 있고, 갤러리 쉬갈처럼 카페를 겸하여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미정 관장은 "처음 갤러리를 오픈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자연스럽게 작가들이 모여들고 전시회가 많아지면서 감영거리 일대가 미술거리처럼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주시 원도심에 화랑과 작업실이 늘어난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 번째는 이 일대가 역사와 문화의 거리라는 점이다. 감영로 일원은 충청감영이 있었던 곳으로 현재 문루(門樓)가 복원돼 있고, 도심을 흐르는 제민천에는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다. 백제시대 절터인 대통사지가 있고, 일제 때 지어진 공주읍사무소, 공주제일교회, 중동성당, 선교사가옥 등 근대 건축물도 많다. '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시와 그림을 볼 수 있는 나태주 골목길도 있다. 역사와 문화가 문화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편안하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근 대전과 세종에서 이곳으로 작업실을 옮겨온 작가들도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의 거리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도보로 나태주골목·근대건축물도 함께 구경>
미술인이 많은 것도 전시회와 화랑 활성화에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동식, 김동유, 김배히, 신현국, 임립, 정영진, 임성호, 이재황, 이만우 작가 등이 공주에서 활동하거나 공주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공주시 관내에는 1000여명의 미술 전공자가 있으며, 이중 200여명이 꾸준하게 활동하고 있다. 취미나 여가로 서예나 도예, 회화, 조소를 배우거나 즐기는 생활예술인도 400-5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이 활동하는 화실과 서실, 공방, 작업실이 곳곳에 눈에 띈다.
공주시의 적극적인 문화예술 정책도 한몫 하고 있다. 공주문화관광재단에서는 매년 원도심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공주갤러리주간'을 열고 있다. 올해도 많은 전문작가들이 참여했고, 작가와의 만남, 8개 갤러리 순회 도장찍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작품 구입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문화재단에서 '공주그림상점로'이라는 사업을 통해 갤러리에서 그림을 사는 고객들에게 일정액을 지원해줌으로써 문화예술시장 활성화 도움을 줬다. 올해도 5월부터 9월까지 5차례 운영한다.
대전이나 세종에 비해 낮은 부동산 가격도 미술거리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 공주시 원도심은 오래된 상가와 주택이 많다. 백제 수도였고 문화재가 많은 탓으로 건물을 높게 짓는 게 매우 어려운 곳이다. 저렴하게 기존 건물들을 빌리거나 매입하여 간단하게 손을 보거나 리모델링하여 작업도 하고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좋다는 것이다. 전시회와 함께 리모델링한 옛집을 살펴보는 것도 구경거리다.
공주시내 화랑거리는 미술작품을 보고 편안하게 걸어다니면서 역사문화자원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갤러리들이 옛도시의 아기자기한 골목과 주택가, 상가 속에 섞여 있기 때문이다. 백제시대 공산성과 무령왕릉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인근에 맞집과 분위기 좋은 카페 많아>
갤러리 인근에 맛집과 카페가 많은 것도 자랑거리다. 원도심의 대통길, 감영길, 봉황로, 웅진로에는 한정식, 짬뽕, 파스타, 냉면, 백반, 국수집 등을 파는 맛집이 숨어있다. 젊은층의 감성에 어울리는, 아담하고 세련된 카페도 많다.
요즘 공주시 문화예술계에서는 공주시립미술관 건립 여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공주시는 원도심 호서극장 인근 옛 양조장 터에 2026년까지 158억원을 들여 시립미술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계획에 대해 일부 시의원들이 기존의 고마아트센터와 기능이 중복되고, 입지가 부적절하며, 작품 구입과 기관 운영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공주지역 미술계 인사들은 "공주는 선사시대와 백제, 조선, 근대의 다양한 문화재와 문화유산이 살아있는 문화예술의 도시이고, 이게 바로 다른 도시에 없는 공주시만의 경쟁력이다."며 "시립미술관은 21세기 문화예술시대 공주경제를 활성화하고 시민들이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기반시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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