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생후 5일 영아 살해…속속 드러나는 유령아동 비극들(종합)
- “부모가 알면 헤어져라 할까봐
- 목 졸라 숨지게한 뒤 하천 유기”
- 과천·수원서도 친모 학대로 사망
- 부산 베이비박스 유기 7건 수사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동(무적자)’ 일부가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감사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전국의 ‘유령 아동’이 2236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중 부산 울산 경남에선 모두 244명의 ‘유령 아동’이 있는 것으로 확인(국제신문 지난달 23일 1면 등 보도)됐다.
▮유령아동 사망 잇따라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생후 5일 된 영아를 살해한 혐의로 A(20대) 씨와 사실혼 관계의 아내 B(30대) 씨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지난해 9월 9일 거제시 주거지에서 생후 5일 된 C 군을 목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경찰에 긴급 체포됐을 당시 자고 일어나니 C 군이 분유 거품을 물고 숨져 있어 비닐봉지에 싸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A 씨가 지목한 야산 일대를 수색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다. 이후 경찰 추가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C 군의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인근 하천에 시신을 버렸다고 자백했다. 이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었을 뿐더러 B 씨의 부모가 C 군의 출생 사실을 알면 헤어지게 할까봐 우려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C 군의 사체를 비닐봉지에 싸서 하천에 버렸다는 진술을 토대로 하천 주변을 중심으로 수색을 벌일 예정이다.
2021년부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A 씨와 B 씨의 범행은 고성군 공무원이 출생 미신고 아동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B 씨는 주민등록상 주소를 고성군에 두고도 거제에서 생활했다. B 씨는 처음 C 군을 입양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추궁이 계속되자 사실을 털어놨다.
경찰은 또 B 씨가 과거 지난 2010년부터 총 3명이 아니라 4명을 낳은 것으로 파악하고 지난해 유기한 1명을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의 안전 여부도 모두 확인했다. B 씨가 “입양 보냈다”고 진술한 2017년 출생아는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입양 사실을 통보받았다. 또 추가 수사 과정에서 B씨가 2010년에도 또 다른 아이를 출산해 “해외 입양 보냈다”라는 진술도 확보해 그 사실을 확인했다. 2012년생 아이는 B 씨 부모가 돌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경기도 과천에서 50대 여성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체포됐다. 이 여성은 2015년에 자신이 낳은 아이를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날 경기 수원시에서도 20대 여성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검거됐다. 이 여성은 2019년에 출산한 남자아이를 집에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부산서도 수사 본격화
부산경찰청도 ‘유령 아동’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같은 날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기초자치단체로부터 ‘유령 아동’과 관련해 수사를 의뢰받은 사건은 7건이다. 남부경찰서(4건) 연제경찰서(2건) 해운대경찰서(1건)가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들 모두 ‘베이비박스’ 유기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친모의 주소는 부산이지만 서울 경기지역 베이비박스에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리거나 맡긴 경우이다.
경찰은 이번 주 안에 아이들의 행방을 추적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아이들은 친모·관계자로부터 이미 주소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유기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학대나 살해 같은 범죄에 휘말렸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30일 ‘유령 아동’사건 95건의 수사 의뢰를 받아 이 중 79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29건) 대전청(14건) 인천·부산청(각각 7건), 충북청(6건) 전남·경북청(각각 4건) 전북청(3건) 충남·경남청(각각 2건) 광주청(1건)이 수사를 맡았다. 지자체가 수사 의뢰한 95건 중 13명은 이미 소재가 확인됐고, 8명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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