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 소년이여 모험을 즐겨라[MD칼럼]
[곽명동의 씨네톡]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파벨만스’에는 극중 주인공인 소년 새미(가비르엘 라벨)가 친구들을 데리고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장면이 나온다. 유대인이었던 스필버그는 어려서부터 나치를 무찌르는 이야기를 좋아했는데, 이는 훗날 ‘레이더스’(1982)로 이어졌다. 채찍, 가죽재킷, 중절모로 대표되는 역대급 캐릭터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는 일명 '언약의 궤'라고 불리는 성궤를 둘러싸고 나치와 한판 대결을 벌인다. ‘레이더스’에는 나치를 골려먹고 혼내주려는 유대인 소년의 꿈이 담겨있다.
‘인디아나 존스-마궁의 사원’(1985),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1989),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까지 연출했던 스필버그는 5편도 연출하려 했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제임스 맨골드 감독에게 메가폰을 넘겼다. 맨골드도 나치를 골탕 먹이고 싶었던 스필버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레이더스’의 극중 배경은 1936년이고, ‘인디아나 존스:운명의 다이얼’ 초반부 배경은 1937년이다(3편 ‘최후의 성전’은 1938년). 5편은 인디아나가 성궤를 이용해 나치를 물리친 이듬해 다시 ‘운명의 다이얼’을 놓고 나치의 부활을 꿈꾸는 위르겐 폴러(매즈 미켈슨)의 음모를 막는 이야기다.
‘운명의 다이얼’은 시리즈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모험으로 가득하다. 극 초반부 달리는 기차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최후의 성전’의 어린 인디아나(리버 피닉스)를 떠올리게 하고,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마궁의 사원’ 속 비행기 탈출을 연상시킨다. 모로코 시내에서 펼쳐지는 차량 액션신은 ‘레이더스’에서 나치 일행을 따돌리는 모습과 오버랩된다. "빰빠밤빠~ 빰빠밤"으로 대표되는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들을 때마다 심장을 쿵쾅쿵쾅 뛰게 만들 정도로 힘이 넘친다.
이 시리즈의 재미 중 하나는 신비한 유물이다. ‘레이더스’는 모세의 십계명이 들어 있는 성궤, ‘마궁의 사원’은 상카라의 돌, ‘최후의 성전’은 예수의 성배,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선 크리스탈 해골, 5편에선 ‘운명의 다이얼’이 나온다. 그러나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는 유물들은 엄밀히 따지면 맥거핀(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에 불과하다. 이 시리즈에서 유물은 하나의 핑계다. 중요한 것은 인디아나의 짜릿한 모험이다.
‘최후의 성전’ 초반부는 1912년이 배경이다. 보이스카웃인 소년 인디아나는 도굴범들이 찾아낸 ‘코로나도의 십자가’를 훔쳐 달아나는데, 이 장면은 이 시리즈가 지향하는 핵심이 담겨있다. 소년은 모험을 즐겨야 한다는 것. ‘마궁의 사원’에서 적에 쫓기는 인디아나를 차에 태운 소년 쇼트(키 호이 콴)는 “재미있는걸”이라고 외친다(5편에도 쇼트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소년이 출연한다). 나치를 혼내든, 유물을 찾든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 그 자체’다. 이제 팔순이 넘은 해리슨 포드는 시리즈를 마치며 이렇게 외치는 듯 하다.
“소년이여, 모험을 즐겨라. 그리고 내 것이 아니라면 (유물을) 놓아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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