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그’ 이원정 “사투리 연기 위해 ‘전라도 원정’도 훌쩍!” [인터뷰]

유지혜 기자 2023. 7. 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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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런업컴퍼니
“주연이란 타이틀이 무겁지만, 이 행복을 즐길래요.”

배우 이원정(22)의 입가에는 함박웃음이 걸려있다. 그의 얼굴에는 1년 가까이 쏟아부었던 KBS 2TV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지난달 20일 마침내 종영하면서 느낀 안도와 후련함이 동시에 엿보였다.

이원정은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1987년의 한 시골마을인 우정리에 사는 20세 청년 희섭을 연기하면서 주인공 김동욱과 진기주의 기묘한 시간여행에 다채로운 재미를 더했다.

드라마에서는 미래에서 온 딸 진기주를 알아보지 못한 채 연신 그와 티격태격하고, 진기주와 김동욱이 파헤치는 연쇄살인사건에 연루돼 긴장감을 높였다. 구수한 사투리 연기로 시골 감성을 살려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진짜 전라도 출신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첫 장편 주연드라마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지난해 6월 캐스팅이 되자마자 배낭 하나 짊어지고 전라도로 떠났다. 이원정은 “그때부터 최근 종영할 때까지 사계절 동안 변함없이 열정을 쏟아낸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Q.전라도 사투리 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친가는 모두 미국에 있고, 외가는 충청도 분들이에요. 전라도 사투리와는 아무도 관련이 없죠. 그런 제가 ‘토박이’ 캐릭터를 맡았으니 얼마나 긴장했겠어요. 희섭 캐릭터를 맡자마자 일주일을 꼬박 전라도를 여행하면서 많은 어르신들과 대화했어요. 친구 할머님께 부탁드려서 대사를 녹음한 음성파일도 만들고요. 눈을 감을 때까지 사투리를 중얼댔죠. 노력 덕분인지 사투리로 욕을 먹지는 않았어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Q.주연을 차지한 비결은?

“오디션 현장이 생각이 많이 나요. 생전 처음 보는 사투리로 적힌 대사들이 빼곡한 대본을 받고 처음엔 머리가 새하얘졌거든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나 같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자 자신감이 살아났죠. 강수연 감독님께서 ‘사투리나 연기가 부족해도 사람들 앞에서 겁먹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말씀하셨어요.”

Q.‘주연 신고식’을 치른 기분은?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는 내내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촬영할 당시에는 나름대로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장면도 TV로 보니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 느낌이더라고요.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죠. 특히 연기뿐 아니라 책임감 있는 자세와 행동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따라 자주 합니다. 주연 자리에 어렵게 올랐지만, 이를 지켜내기는 정말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더 높이 올라가고 싶기에 감사함과 무게감을 가슴에 잘 새기고 있습니다.”

Q.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어머니와 모든 회차를 함께 봤어요. 어머니께선 ‘아들 연기 잘하는데?’하며 칭찬해주셨고, 저는 그 앞에서 늘 ‘이 정도쯤이야’하면서 센 척했죠. 하하! 가장 기뻐해 주신 건 할아버지예요. 고교시절 연기를 하겠다고 말했을 땐 강경하게 반대하면서 두 달 동안 말도 안 붙였던 할아버지는 이제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제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TV로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저도 열심히 연기하고 있죠. 일요일마다 찾아뵈는데, 할아버지께서 주무시지 않고 기다려서 드라마를 다 보셨대요. 정말 뿌듯해요.”

Q.연기자로서 행복 수치를 잰다면?

“10점 만점 중 10점! 매일 감사하단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살아요. 그렇게 감사하단 말을 외쳐야 감사한 일이 오더라고요. 미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까지 지내다가 인종차별을 심하게 당해서 어린 마음에 버티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렇게 중학생 시절에 돌아온 한국에서 연기를 꿈꾸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 꿈을 이뤄 배우로 살고 있으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요즘은 넷플릭스 드라마 ‘하이라키’를 촬영하고 있는데,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 이어서 또다시 시청자가 물음표를 갖게 만드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Q.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좋은 배우가 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연기는 인물과 인물이 만나는 과정을 담는 건데, 그 인물을 표현하는 배우가 좋은 인성을 갖추지 못하면 좋은 연기를 할 수 없다고 믿어요. 먼 훗날 눈 감기 직전에 ‘이원정은 정말 다정하고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물론 ‘훌륭한 배우였지’라는 말이 덧붙이면 그보다 더 영광은 없을 테고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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