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GDP도 넘어선 애플, 세계 첫 시총 3조달러 돌파
올해 상반기 마지막 주식 거래일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애플이 전 세계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시총 3조달러(약 3957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2020년 2조달러를 넘어선 지 3년 만이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31% 오른 193.97달러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3조509억달러. 구글(1조5300억달러)의 2배, 삼성전자(3637억달러)의 8배에 달한다. 애플은 각각 지난해 1월과 지난달 28일 장중 3조달러 선을 ‘터치’한 적은 있지만, 시총 3조달러를 넘어선 채 장을 마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의 기업 가치는 국내총생산(GDP) 세계 7위인 프랑스(2022년 기준 2조7829억달러)보다 높아졌다. 한국(1조6652억 달러)의 1.8배 수준이다. 애플의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6위인 영국(3조707억달러)을 추월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좁고 허름한 창고에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컴퓨터를 조립하면서 시작한 회사가 47년 만에 세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왕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애플·엔비디아...’이기는 7인방’에 올인
애플 주가는 올 들어 55% 폭등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월가(街)에선 애플의 성장 스토리가 깨졌다고 보고 목표 주가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선 “애플의 가능성을 너무 낮춰봤다”는 반성과 함께 ‘2년 내 시총이 4조달러를 돌파한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댄 모건 시노버스 트러스트 선임매니저는 “애플은 모든 투자 시나리오에서 투자자의 안식처(haven)로 꼽힌다”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사들이는 기업”이라고 했다. 미중 갈등, 경기 불황 등 거시 환경이 나빠질수록 충성 고객을 거느린 애플이 투자자들에게 ‘안전 자산’으로 인식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AI)이 촉발한 ‘테크주 열풍’도 애플 주가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실제로 애플이 시총 3조달러를 넘긴 지난달 30일,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5% 뛴 1만3787.92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올 들어 32%가량 급등했는데, 이는 1983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다.
월가에선 최근 유독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애플 등 7개 테크 기업을 1960년대 서부영화 ‘황야의 7인’의 영문명을 딴 ‘매그니피센트 7′로 부른다. 이 리스트에는 올 들어 주가가 196% 올라 반도체 기업 처음으로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 주가가 130~140%씩 오른 테슬라와 메타가 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 매그니피센트 7의 다른 세 기업도 주가가 30~50%씩 상승했다. CNBC의 짐 크레이머는 최근 상승장을 두고 “마을 사람들(주식 투자자)이 항상 이기는 7명의 총잡이에게 운명을 걸었다”고 했다.
◇'테크 버블’ 우려도
하지만 급등하는 테크주를 두고 ‘버블이 터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시총은 오지 않은 것에 대한 기대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이 지난달 공개한 확장현실(XR) 기기 ‘비전 프로’에 대한 기대감이 애플 주가를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실제로는 매출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WSJ은 “이미 다른 빅테크 기업이 내놓은 가상현실 장치가 대중 시장에 진입하는 데 실패한 데다, 비전 프로는 내년 초까지 판매가 되지도 않는다”며 “아이폰은 판매가 더 이상 급증하기 어렵고, 이번 회계연도 애플의 매출은 전년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1일 WSJ에 따르면 유명 투자자인 제러미 그랜섬은 현재 주식시장 환경을 ‘지난 100년 동안 이어진 네 번째 수퍼 버블의 최종장(the final act)’이라고 평가했다. 대공황 직전인 1929년, 닷컴 버블이 터지기 전인 1990년대 말, 미국 주택 시장 거품이 최고치였던 2006년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그는 “AI 열풍이 앞으로 2~3분기 동안 증시 전반을 밀어올리겠지만, 결과적으론 버블 붕괴를 막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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