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쓰자” ‘언더드래곤’ 이승윤, ‘도킹’ 완료[스경X현장]
가수 이승윤이 올림픽홀에 제대로 ‘도킹’했다.
이승윤의 서울 앙코르 콘서트 ‘도킹’이 2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됐다.
1일부터 이틀간 열린 이번 콘서트는 지난 2월 서울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을 시작으로 대구, 부산, 대전, 용인, 광주로 이어진 첫 전국투어와 첫 해외 공연인 ‘도킹 인 타이베이’ 콘서트의 앙코르이자 첫 스탠딩 단독콘서트로 기대를 모았다.
이승윤은 첫 정규 앨범의 수록곡인 ‘도킹’과 동명의 타이틀로 팬들과 다양한 ‘처음’을 함께 한 이번 공연에서 특유의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퍼포먼스로 무대를 꾸몄다. ‘야생마’ ‘구름 한 점이나’ ‘코미디여 오소서’로 힘차게 문을 연 이승윤은 “전국 투어를 마쳤고 오늘이 진짜 끝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그저께 전국투어 정산서를 받아봤다. 알고는 있었는데, 남는 게 없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나 이내 “불공정 계약, 이런 거 아니다. 그만큼 좋은 무대를 하기 위해 남김없이 쏟아부었다는 뜻이다. 여러분도 남김없이 다 쏟아부어 주시면 좋겠다. 남는 건 그것밖에 없다”고 말해 환호를 이끌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뜨거운 열기 속에 이승윤은 ‘누구누구누구’ ‘무명성 지구인’ ‘가짜 꿈’ ‘게인 주의’로 무대를 이어갔다.
앞선 공연들과 달리 첫 스탠딩 콘서트인 만큼, 팬들의 열정도 남달랐다. 좌식 객석은 물론 스탠딩 플로어석까지 가득 메운 이들은 떼창과 함성을 지르며 화답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자리한 가운데, ‘무명의 지구인’ 무대의 후렴구에서 함께 뛰어달라는 이승윤의 요청에 응원봉을 흔들며 점프하는 백발 노년의 관객이 포착되기도 했다. 어두운 공연장 속 리듬에 맞춰 물결치는 응원봉의 불빛 또한 우주에 와있는 듯한 장관을 이뤘다.
‘굳이 진부하자면’으로 2부를 연 이승윤은 “2부의 시작이다. 이제부터 무대를 쭉 이어가도록 하겠다. 차분하게 가다가 마지막에 뛸게 될테니 체력을 비축해두라”고 조언해 객석은 웃으며 호응했다.
또 “올림픽홀에서 지난해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그때 했던, 아직도 유효하고 또 기억하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역사에 기록될 사람 아무도 없을 거’라는 거다. 비틀즈가 아닌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럴거면 우리가 역사책을 쓰면 되지 않나. 여러분은 공동저자다”라고 말해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이어 “그 역사책의 주인공은 너”라며 객석을 짚었고, 연이어 객석을 가리키며 ‘너’를 반복하자 관객들 역시 응원봉을 흔들며 ‘너’를 연호해 공연장은 하나가 됐다.
이후 ‘한 모금의 노래’ ‘폐허가 된다 해도’ ‘허튼소리’ ‘언덕나무’ ‘가끔은’ ‘말로장생’ ‘꿈의 거처’ ‘도킹’ ‘날아가자’ 등으로 감성과 흥을 오가며 무대를 압도했다.
‘언덕나무’를 부를 때는 시작점에서 잠시 음정을 헷갈려해 웃음을 안기기도 했지만, 돌출무대로 객석의 중앙까지 진출해 핀조명을 받으며 오롯이 혼자만의 기타연주와 목소리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관객들 또한 온전히 무대에 집중하며 뭉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공연명과 같은 ‘도킹’의 무대에서는 객석의 관객들도 기립해 떼창하며 다 함께 즐겼다.
특별한 무대 연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모금의 노래’를 시작하면서는 돌출된 런웨이형 무대에서 밴드 멤버들이 일렬로 서 마주해 노래하는 독특한 모습으로, 나침반 무대에는 LED 무대에 거대한 나침반이 등장해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무엇보다 가창력부터 밴드사운드까지 부족함 없이 풍성함을 자랑해 ‘공연’의 진가를 보여줬다.
이승윤은 후반부 공연을 앞두고 “이번 공연에 안 오신 분들이 듣기엔 서운할 수 있겠다. 솔직히 말해서 어제, 오늘 제일 재밌었던 것 같다. 이게 스탠딩의 맛인 것 같다”며 ”어제 공연이 끝나고 손이 저릿저릿하더라. 마지막까지 쏟아붓고 가자”고 외쳐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이승윤은 앙코르 무대 ‘애칭’과 피날레 무대 ‘우주 라이크 섬띵 투 드링크’ ‘웃어주었어’로 막을 내리며 “인터뷰를 하며 ‘언더독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적 있다. 오늘 보니 ‘언더드래곤’정도는 되는 것 같다. 정도로 묵묵히 음악을 하겠다”고 밝혀 마지막까지 커다란 환호를 받았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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