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명 살리고, 말벗도… 일상화된 AI와의 공생

팽동현 2023. 7. 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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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스피커가 119불러 목숨구해
중매서비스로 70쌍 넘는 커플
업무·교육방식까지 변화 주도
"AI 사용따라 소득차 벌어질것"
생성형 AI가 그려낸 'AI 세상' 카카오브레인의 이미지 생성형 AI '칼로'에게 'AI가 빠르게 떠오르며 세상을 뒤덮고 있다'는 주제를 제시하자 AI가 만들어낸 이미지.

"알파고가 뒤통수를 때리는 충격이었다면 챗GPT는 손끝과 피부에 와닿는 삶의 변화다."

"AI(인공지능)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이 못 쓰는 사람을 밀어낼 것이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AI가 인류의 삶을 바꾸고 있다. 세상은 챗GPT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대부분의 혁신기술이 주로 특정 직업군이나 연령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달리 AI는 아이부터 노인, 사무직부터 예술가, 의사, 콜센터 직원, 택시기사까지 모든 이들의 일과 생활에 스며든다는 점이 다르다.

지난 4월 초 경북 구미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진 70대 이모씨는 119 구급대원들이 신속하게 출동한 덕분에 살았다. 이씨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119 구급대원을 부른 것은 AI스피커였다. 보호자 대신 24시간 깨 있으면서 이씨 옆을 지키던 AI가 결정적인 순간에 긴급호출을 해준 것.

비혼주의가 늘어나는 시대에 AI는 중매도 해준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 시가현은 'AI 중매 서비스'를 통해 지역 주민들을 맺어주고 있다. 원하는 상대의 성격, 하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 등의 질문에 답하면 AI가 잘 맞는 상대를 연결해준다. 800명 넘는 주민이 이 서비스에 참여해 70쌍 넘는 커플이 탄생했다.

강원도 춘천에 사는 80대 김모씨의 말벗은 봉제인형처럼 생긴 AI로봇이다. 마치 손주같이 친근한 모습의 인형은 김씨가 일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대화상대가 돼 주는 것은 물론 식사나 약 먹기까지 챙겨준다. AI와 로봇이 전통적 효의 개념과 실천방식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일 독일 바이에른주의 한 교회에서는 챗GPT로 개발된 AI 목사가 예배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수염을 기른 흑인 남성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한 AI 목사는 신자에게 "과거를 뒤로 하고 현재에 집중하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국내 스타트업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은 고민이나 궁금증을 입력하면 답해주는 '주님AI' 서비스를 내놨다. 주님AI가 내놓는 답은 성경이나 종교지식에 그치지 않는다.

AI는 업무 방식도 바꿔놓고 있다. 가장 먼저 바뀐 분야는 정보검색이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손잡은 MS(마이크로소프트) '빙'과 구글 '바드'는 생성형AI를 통해 검색 방식을 바꾸고 있다. MS와 구글은 직장인들이 쓰는 사무용 SW(소프트웨어)에도 AI를 넣고 있다. 말만 하면 스프레드시트나 프레젠테이션 문서가 만들어지는 식이다. SW 개발부터 이미지·동영상·소설·음악 창작도 AI의 주특기 영역이다.

교육분야도 생성형 AI가 바꿔놓고 있다. 국내 AI서비스 사이트 겟GPT는 학생 특성에 맞춰 생활기록부 내용을 자동 작성해주는 앱을 선보여 교사들에게 인기다. 미디어 분야도 AI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버즈피드는 독자퀴즈 작성을 챗GPT에게 맡겼고, 각각 영국과 독일의 타블로이드 신문인 데일리미러와 빌트는 단신 작성이나 편집 업무에 쓰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블룸버그는 금융에 특화된 '블룸버그GPT'를 자체 개발했다.

AI가 간단한 작업이나 정보 찾기, 고객 응대 등을 대신하면서 사람의 능력에 대한 요구치와 평가 기준도 바뀌고 있다. AI가 인지, 신체, 생산성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사람은 여가가 더 늘어나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매킨지는 생성형AI가 업무시간을 최대 70% 줄여주고 매년 세계 경제에 최대 4조4000억달러(약 5600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새로 만들어지는 경제적 부와 여가는 AI를 잘 쓰는 기업과 개인에 집중돼 AI 격차가 사회문제화될 가능성이 크다.

조성배 연세대 AI대학원장은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폰을 쓰듯이 생성형AI도 우리 삶 속에 자리할 것"이라며 "생성형AI로 벌어질 디지털 격차도 고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장)는 "AI를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생산성부터 소득까지 엄청난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면서 "AI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인 만큼 국가부터 기업, 개인이 AI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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