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 출신·피셔 제자…日銀 총재의 독특한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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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진솔한 화법이 일본 금융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1882년 출범한 일본은행의 초창기 총재는 총리 출신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 등 거물급 인사가 맡았다.
반면 우에다 총재는 2차대전 이후 첫 학자 출신 일본은행 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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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갈것" 과거 족집게 예언도
"엔저는 美·유럽이 금리 올린 탓"
ECB 포럼에서 재치있는 농담
일반적인 중앙은행 총재들과
다른 화법으로 전세계 주목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물가 하락 속도가 생각보다 다소 느리다는 느낌이 듭니다. (높은 물가가 계속되면) 예상 밖의 장단기금리조작 수정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지난 6월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
4월 9일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진솔한 화법이 일본 금융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취임 후 두 번째 금융정책결정회의인 지난달 16일 우에다 총재는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장단기금리조작 정책을 갑작스럽게 수정할 수 있음을 ‘솔직히’라는 표현을 써서 예고했다.
통화정책 고민도 ‘솔직히’ 토로
지난달 28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포럼에서 외신들은 기존 일본은행 총재에게선 볼 수 없었던 능숙한 영어 실력과 유머 감각에 주목했다. 우에다 총재는 “여기 오신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도 (엔저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점을 농담을 섞어 전달했다. 일본 언론들은 “(물가가 내년에 다시 올라갈 가능성에 대해) 자신이 없지만 인플레가 다시 심해지면 정책 변경의 요소가 된다”는 발언을 더 크게 보도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이라거나 ‘자신이 없지만’ ‘예상 밖의 정책 결정도 어쩔 수 없다’ 같이 일본은행의 고민을 토로하고 시장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일본의 시장 전문가들에게 상당히 생소한 장면이다. 역대 최장수 일본은행 총재로 지난 10년 동안 대규모 금융완화를 주도한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구로다 전 총재는 시장과 소통하기보다 시장의 뒤통수를 치는 것을 개의치 않는 일본은행 수장이었다. 수차례 “대규모 금융완화 수정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해 놓고 작년 12월 20일 장기금리 변동폭을 전격 확대해 ‘시장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모호한 표현을 써서 돌려 말하는 여느 중앙은행 총재와 달리 직설화법으로도 유명했다.
“시장과 소통 강화” 호평
우에다 총재는 취임 당시부터 전임자와 전혀 다른 스타일로 화제를 모았다. 총재 후보자 선정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서는 자리였던 지난 2월 25일 일본 국회 청문회에서 그는 “매일 점심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는데 최근 1년간 450엔(약 4112원)이던 도시락 가격이 500엔을 넘는 수준까지 오른 데서 물가 인상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구로다 전 총재가 서민들의 생활을 전혀 모르는 엘리트 관료 이미지로 홍역을 치른 것과 대조적이었다.
우에다 총재는 과거 족집게 예언으로도 주목 받았다. 일본은행 심의위원이었던 2001년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그는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경기가 좋아지면 다행이지만 좋아지지 않으면 지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말대로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정책과 같이 파격적이지만 후유증도 큰 정책을 내놔야 했다.
1882년 출범한 일본은행의 초창기 총재는 총리 출신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 등 거물급 인사가 맡았다. 반면 우에다 총재는 2차대전 이후 첫 학자 출신 일본은행 수장이다.
우에다 총재는 도쿄대 이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MIT 유학 시절 현대 중앙은행 체계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스탠리 피셔 전 미국 중앙은행(Fed) 부총재의 지도를 받았다.
일본은행은 금융완화의 부작용을 해소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다. 조금이라도 성급하거나 과도하게 대처한다면 주가 폭락, 기업 도산 급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과제들이다. 그런 점에서 금융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우에다 총재의 진솔한 화법은 시장 전문가들에게 호평받고 있다.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금융완화의 부작용을 해소할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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