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례비는 임금"… 건폭척결 제동?

이미연 2023. 7. 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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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준 월례비는 사실상 임금이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의 '월례비' 판결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월례비를 빌미로한 정부의 이른바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척결'이 이번 판결로 정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2심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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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업체 월례비 반환소송 패소
국토부 "월례비 인정은 아니다"
민노총 "건폭 수사, 중단해야"
타워크레인이 설치된 세종시 한 공동주택 건설현장 모습. 사진 이미연 기자

대법원 잇단 '친노조 판결'에 尹정부 부글부글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준 월례비는 사실상 임금이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의 '월례비' 판결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며 월례비를 빌미로한 정부의 이른바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척결'이 이번 판결로 정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반박문 성격의 입장자료까지 내며 대응에 나섰다.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건설 업체로부터 매달 받는 돈을 말한다.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한 추가 작업 등을 위해 업계가 관행적으로 지급해왔던 일종의 수고비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들어 이를 '불법행위'로 못박으면서 노동계와 갈등을 빚어왔다.

양측의 입장차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해석에서 갈린다. 이번 재판은 전남 담양군의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 A사가 타워크레인 회사 소속 운전기사 16명에게 지급한 월례비 6억5000여만원을 돌려달라고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의 최종심이다.

1심은 월례비 자체는 근절돼야 할 관행이라고 지적하면서도 A사가 지급 당시 '반환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한 점을 짚어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봤다. 상고심(2심)은 더 나아가 월례비에 임금의 성격이 있다고 봤다. 2심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상고심 판결에 법 위반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결국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된 것이다.

국토부는 2일 입장자료를 통해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은 구체적 심리에 나아가지 않은 것이지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원고 측이 월례비 지급의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월례비를 묵시적 계약에 따른 증여로 본 것이며 월례비 지급은 채무없음을 알고 변제한 민법상 비채변제에 해당해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추후 월례비 지급에 대한 강제성이 입증되는 등 사실관계가 다른 사건이 있을 경우, 법원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건폭몰이가 그렇게나 외치던 법치주의에 따라 법원의 제동을 받게 됐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건설현장 노동환경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강압적이고 무리한 건폭몰이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부가 이처럼 반박하고 나선 것은 이번 판결로 현 정부의 '건폭 대응'이 정당성과 동력을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의 단속으로 진정되고 있는 건설현장의 불법행위가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토부는 월례비 관련 단속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국토부는 "정부는 부당금품을 수수하는 조종사를 국가기술자격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면허 정지하는 한편,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해 부당한 금품수수·요구에 대한 처벌조항을 마련하는 등 부당한 월례비 갈취 근절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 역시 이번 판결은 민사 사건에 국한된다며 선을 긋고 있다. 협박과 폭행 등 월례비를 받아내는 과정에서의 강압 행위는 형사 사건으로 계속 수사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불법 파업에 가담한 노조원의 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놓고 경영계와 고용노동부, 노동계 등이 엇엇갈린 해석과 반응을 보이며 혼선을 빚었다. 경영계와 고용부, 노동계는 이 판결이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의 근거가 될수 있느냐 여부를 놓고 여전히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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