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쿠데타”-“마약도취” 극언정쟁 여야, 부끄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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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막말 공방이 도를 넘고 있다.
상대방을 향해 '쿠데타', '마약 도취' 같은 극단적 언사를 서슴없이 내뱉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마약에 도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도 '저잣거리 싸움꾼'이 아니라면 주고받는 말과 행동에서 최소한의 금도는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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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막말 공방이 도를 넘고 있다. 상대방을 향해 ‘쿠데타’, ‘마약 도취’ 같은 극단적 언사를 서슴없이 내뱉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반국가세력” 발언으로 단초를 제공한 건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여야가 서로 극언과 저주를 주고받는 천박한 정치 행태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0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방송에 나와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서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지휘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쿠데타라고 한 것이다. 윤 의원은 문 정부 청와대에서 첫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다. 그런 입장에서 “반국가세력이 종전선언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며 문 정부의 대북 정책 전반을 부정한 윤 대통령 발언은 묵과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군부 쿠데타’의 흑역사를 연상시키는 경솔하고 과격한 표현을 씀으로써 애초 비판하려던 사안의 본질과 멀어졌다. 결국 국민의 선택인 지난 대선 결과를 전면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시비에 휘말리며 불필요한 논란만 초래하고 말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마약에 도취됐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노란봉투법’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안 등이 통과되자, 1일 “민주당이 불치의 질병에 걸렸다”고 비난하면서 한 발언이다. 본회의에서 투표로 가결됐음에도 ‘날치기 강행 처리’라고 매도하며 극단적인 험담을 늘어놓은 것이다. 6월 국회는 상반기 의정 활동을 마무리하는 의미가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 두 법안을 포함한 이른바 쟁점 법안들에 대해 진정성 있는 대화나 타협의 자세를 보인 적이 없다. 오로지 시간끌기로 일관하며 지연전략에만 골몰했을 뿐이다. 그러다 막상 국회에서 처리되자 민주당의 힘자랑으로 매도하며 책임을 떠넘기느라 마약 운운한 것이다.
여야의 막말 정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근래 들어서는 인용하기가 민망할 만큼 거칠고 수위가 높아졌다. 대통령부터 말의 신중함이나 절제를 보이지 않으니 몹시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여야도 ‘저잣거리 싸움꾼’이 아니라면 주고받는 말과 행동에서 최소한의 금도는 지켜야 한다. 상식을 저버린 극언은 결국 정치를 황폐화하고,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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