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노동·교육 등 구조적 개혁 없인 저출산 원인 해결 못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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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어느 국가도 우리나라처럼 '경단녀'(경력단절 여성)가 150만명씩 있는 나라가 없다. 출산율이 높다는 스웨덴에서는 전업주부, 경력단절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여성 고용률이 스웨덴은 아이 연령대에 상관없이 86%, 한국은 57%다. 이 차이를 주목하지 않고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국가적으로도 낭비다."
김 부위원장은 "현장에 나가 보면 특히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은 무조건 써야 하도록 제도를 바꿔서 사장님을 설득하지 않아도 되게 해달라거나, 아이가 있을 경우 유연근무·재택근무 등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있게끔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전부 경력단절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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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대담=김규성 경제부 부국장·세종본부장
"전 세계 어느 국가도 우리나라처럼 '경단녀'(경력단절 여성)가 150만명씩 있는 나라가 없다. 출산율이 높다는 스웨덴에서는 전업주부, 경력단절이라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여성 고용률이 스웨덴은 아이 연령대에 상관없이 86%, 한국은 57%다. 이 차이를 주목하지 않고는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국가적으로도 낭비다."
김영미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위원회에서 1순위로 집중 타깃한 부분은 아이 키우기 힘든 사회 환경,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출산한 여성이 직장으로 돌아가기 가장 어려운 이유는 바로 마음놓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다. 그런 측면에서 김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육아 재택근무, 유연근무 활성화 등이 돌봄공백을 메꾸고 경력단절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장에 나가 보면 특히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은 무조건 써야 하도록 제도를 바꿔서 사장님을 설득하지 않아도 되게 해달라거나, 아이가 있을 경우 유연근무·재택근무 등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 있게끔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전부 경력단절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예산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투입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평가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저출산' 이름이 붙은 수백개 사업 중 우선적으로 돈을 써야 하는지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만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정기적 심층평가를 통해 효과 좋고 수요도 높은 정책은 예산당국에 (예산배정 확대 등의) 의견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고위 내 '인구정책평가센터'를 설치해 상시적·심층적 정책 평가를 수행해 예산낭비를 막고 정책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의 일환이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저출산' 정부 사업만 241개"라며 "사업 수도 많았고, 목표가 '삶의 질 향상' 이런 식으로 추상적이다 보니 성과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부위원장과 일문일답.
─한국 출산율 반등, 가능할까.
▲통계청 분석을 보면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명까지 감소하고 2025년부터 점차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기간 결혼이 급감한 게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합계출산율은 경제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코로나 때문에 물리적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미룬 것도 있지만 코로나 시기 경기가 안 좋았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 출산율이 높다는 스웨덴도 (경기 영향으로 보이는데) 지금 1.5명으로 떨어졌다. 최근에 많이 떨어졌는데, 경기가 안 좋으면 복지가 아무리 잘되어 있어도 당연히 아이 낳기를 주저한다.
─저고위 산하 인구정책기획단이 출범했다. 전 부처가 참여했지만,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저출산의 원인 중 표면적으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돌봄이다.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주거와 사교육비 문제도 깔려 있다. 하나 더하면 유연하지 않은 노동시장을 들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 저출산 해결은 주거, 노동, 교육 등 구조적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전 부처가 참여해 합심하지 않으면 구조적인 과제를 풀어나갈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함께 모여 논의할 수 있는 위원회가 필요하다. 그간 위원회는 주로 전문가 논의, 부처에서는 실행을 각각 따로 맡았다. 전문가들이 논의 수준을 끌어올려도 막상 실행이 제대로 안 되는 측면이 있었다.
─새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과 차별점은.
▲올해 연말 2024년부터 시행할 저출산 정책 사업들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4차(2021~2025년) 기본계획을 재구조화하는 작업 중이다. 새 기본계획에는 가족친화적 세제개편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지난 4차 기본계획 안에는 세제지원 내용이 없다. 기획재정부가 세제를 가족친화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고, 구체적인 안이 7~8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가족친화적으로 세제를 어떻게 바꿀 건지, 개선되는 내용이 기본계획에 담길 것이다. 상시적 성과평가와 수정·보완도 유연하게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저고위나 다른 정부 기본계획들은 5년짜리를 수립하고 나면 끝이었다. 평가도 단기간, 지난해 결과물 중심이었다. 새롭게 제안되는 과제가 있다면 기본계획에 없어도 발표하고 수정·보완하는 작업들을 계속해서 할 방침이다.
─기업의 육아휴직 가운데 인상적인 사례는.
▲대표적인 사례는 롯데다. 기업들 중 최초로 여성의 경우 자동육아휴직제를 2012년부터 하고 있다. 남성은 육아휴직 의무화다. 1개월 이상 무조건 쓰라고 한다. 기업이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게 사실이다. 롯데가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한 이후 그다음 해 통계에 남성 육아휴직자가 급등했다.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들이 약 10만명인데, 전체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숫자이지만 대기업부터라도 육아휴직을 무조건 쓰게 하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시작을 해야 제도가 발전한다. 대기업도 안하는 곳이 많다. 최고경영자(CEO)들께서 그런 생각을 갖고 당연한 조직문화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스코는 육아기 재택근로를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혜택을 동일하게 적용한 게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미글로벌은 승진제도가 인상적이다. 승진에 있어 통상 불이익으로 작용하는데, 한미글로벌은 승진을 시켜줬다. 휴직 기간에도 승진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직원 입장에서 굉장히 안심하고 이 조직, 이 기업에 다녀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기업이미지도 당연히 긍정적이다.
─인구대책의 하나로 이민이 거론된다.
▲이민정책이라는 게 외국 노동력 문제와 계속 정주할 사람을 구분하는 게 필요한데, 지금 섞여 있는 것 같다. 국민들 입장에서 이민정책은 반발심이 생길 수 있어 명확하게 구분해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인구를 늘리기 위해 외국인이 필요하다는 것보다는 노동인구 측면이 크다. 10년 내 우리나라에서 300만명 정도의 핵심 노동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인구 정도가 사라지는 것이다. 농업·제조업은 물론 앞으로 돌봄수요가 폭증해 내국인이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외국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고령자·여성 고용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걸로도 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인력으로 외국 인력이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정리=im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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