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쿠데타”-국힘 “마약 도취”…정치권 ‘막말 인플레이션’

손현수 2023. 7. 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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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에 여당 지도부도 "(민주당이) 마약에 도취됐다"고 가세하며 갈등과 적대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이 전 정부를 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하더니, 여당 대표마저 그에 편승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냈다. 정신 좀 차리시라"며 "어떻게 공당의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나.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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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반국가 세력” 불 당기자
민주 “사실상 쿠데타로 집권” 맞불
김기현 “마약 취했다” 막말 수위 높여
민주 “막말 인플레이션…귀 씻고 싶다”
전문가들 “21대 국회 ‘정치 실종’ 증명”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승전 2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전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에 여당 지도부도 “(민주당이) 마약에 도취됐다”고 가세하며 갈등과 적대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이 말을 거칠게 하니 여당 정치인들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지지층 결집을 위해 막말 공방으로 상대를 적대시하는 것은 정치 혐오를 부추겨 민주주의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일 울산에서 열린 울산시당 워크숍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를 강행한 민주당을 향해 “이미 민주당이 불치의 질병에 걸린 것 같다”며 “마약에 도취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면서, 국민의 참사마저도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아주 나쁜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개혁을 거부하기 위한 쿠데타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한 윤영찬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두고서는 “민주당이 이미 제정신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내어 “민주당은 공당이 아닌, 견광(과장이 심하거나 극단에 치우친 행동을 하는 사람)들만 모인 ‘광기 집단’이 되려는 것인가”라고 맹비난을 이어갔다.

‘적대적 언어’의 공방을 부른 것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는 지난 28일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이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문재인 정부와 전임 집권 여당이었던 민주당을 겨냥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30일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쿠데타를 통해서 검찰개혁을 반대했고, 그래서 대통령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다시 김기현 대표가 ‘민주당 마약 도취’ 발언으로 막말을 이어간 것이다.

민주당은 사과를 촉구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이 전 정부를 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하더니, 여당 대표마저 그에 편승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쏟아냈다. 정신 좀 차리시라”며 “어떻게 공당의 대표가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나. 믿겨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김 대표는 즉각 사과하라. 그렇지 않으면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박성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다. 불구대천지원수를 대하는 듯한 저주의 막말”이라며 “윤석열 정권 들어 막말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있다. 대통령이 말을 너무 거칠게 하니 김기현 대표와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저열한 막말 공방은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를 키워 민주주의 위협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는 상대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지금 여야는 상대를 인정하기보다는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있다”며 “자기 세력 결집에 집중하려는 막말 공방은 국민 분열과 편 가르기를 불러 사회 균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는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다. 지금 현상은 21대 국회에서 정치가 사라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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