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의 기술] 과거 전과서 찾은 재범 위험성···미수 혐의에도 법정구속 '단초'

안현덕 기자 2023. 7. 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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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초여름 서산의 한 주택가 폐쇄회로(CC)TV. 20대 여성 A씨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A씨는 간발의 차로 피하며 소리를 질렀고, 결국 B씨는 때마침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피해자) 집 근처에서 B씨가 서성인 적이 있었다'는 A씨의 조서상 진술도 재범 등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뒷받침했다.

그가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된 이유는 A씨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 재범 위험성이 크다는 부분도 충분히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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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견서
檢, CCTV로 강제 추행 등 파악
30년 전 판결문서 살인 확인해
자택 수색 후 범죄 위험성 증명
불출석·답변 거부하다 결국 실형
[서울경제]

지난 2021년 초여름 서산의 한 주택가 폐쇄회로(CC)TV. 20대 여성 A씨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인적이 드문 어두운 거리에서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모습이었다. A씨가 지나간 뒤 곧바로 50대 B씨의 모습이 나타났다. 불안감을 느낀 A씨가 다급히 뛰어가자 B씨 발걸음도 빨라졌다. B씨는 마치 어둠 속에서 사냥감을 움켜쥐려는 듯 A씨에게 갑자기 손을 뻗었다. A씨는 간발의 차로 피하며 소리를 질렀고, 결국 B씨는 때마침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화면을 주시하던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 형사부 백가영(변호사시험 7회) 검사는 B씨의 행동에서 보여진 ‘위험성’에 주목했다. CCTV 속 B씨는 처음에는 조용히 A씨 뒤를 밟았다. 이후 A씨가 뛰어가자 B씨는 전력질주했다. 마지막 순간 달려들며 뻗은 손이 닿지 않아 미수에 그치긴 했으나 만약 A씨가 B씨에게 잡혔다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범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피해자) 집 근처에서 B씨가 서성인 적이 있었다’는 A씨의 조서상 진술도 재범 등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뒷받침했다. 게다가 B씨는 30년 전 살인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었다. 백 검사는 범죄경력 조회에서 연도·죄명·선고형 등을 확인했으나 자세한 사건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강산이 세 번 변할 만큼의 오래된 사건이라 전산상 판결문이 검색되지 않는 탓이었다. 백 검사는 국가기록원에 당시 판결문을 요청했고, B씨가 젊은 시절 한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의 주범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백 검사는 “CCTV 화면은 물론 피해자 진술 등에서 B씨가 다시 범행을 할 위험성이 크다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과거 판결 자료까지 확인해 재판부에 ‘B씨가 재범할 가능성이 있는 등 범행 위험성이 크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가 이뤄진 데 이어 재판까지 진행될 경우 자칫 제2의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만 커질 수 있다는 게 백 검사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는 검찰이 법원으로터 발부받은 구인장을 가지고 B씨 집을 방문한 결과, 그대로 증명됐다. B씨는 자택 한 켠에 병원에서 볼 법한 인체 해부도를 걸어뒀다. 게다가 언제든 흉기로 쓰일 수 있는 칼도 장식하듯 벽에 고정해 놓았다. 마치 어느 흉악범에 대한 범죄영화에서나 광경이 B씨 집에서 펼쳐져 있던 셈이다.

백 검사는 “혹시나 B씨가 정신 이상이 있을 경우도 고려해 정신감정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의견서에 반영했다”며 “B씨는 재판에 불출석하는 등 도주 우려도 큰데다, 다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도 높아 재판부가 법정 구속을 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이상행동을 보인데다, 혐의를 부인하거나 아예 답변을 거부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다 결국 징역 10개월이 선고되면서 법정 구속됐다. 그가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된 이유는 A씨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 재범 위험성이 크다는 부분도 충분히 반영됐다. 강제추행미수 혐의를 받는 B씨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을 받을 수 있었던 사건이 ‘범행을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위험성을 검찰이 재판부에 증명하면서180도 상황이 바뀐 것이다.

안현덕 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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