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골퍼 잡아라"…피팅센터 앞세운 골프업체들

조수영 2023. 7. 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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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으로 신규 유입 뚝 끊기자…마케팅 타깃 '대전환'
타이틀리스트, 최초 플래그십
모든 클럽에 선수용 피팅서비스
웨지에 이니셜도 새길 수 있어
핑·PXG 등 앞다퉈 피팅센터 운영
"브랜드 전문성 알리기 위한 전략"
서울 성수동에 있는 타이틀리스트 ‘시티 투어밴’에서 한 골퍼가 스카티 카메론 퍼터를 시타해보고 있다. 아쿠쉬네트코리아 제공


서울 성수동 카페 골목에는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 로고가 한눈에 보이는 검은색 밴이 한 대 서 있다. 투어밴으로 불리는 이 차는 프로 선수들의 클럽 상태를 완벽하게 유지하는 임무를 갖고 골프대회 현장을 찾아 투입된다. 수많은 아마추어 골퍼가 자신도 투어밴에 들어가 본인에게 최적화된 클럽을 손에 쥐고 싶어 한다. 타이틀리스트는 이런 골퍼를 자극하기 위해 투어밴을 간판처럼 세워 둔 것이다. 투어밴이 주차된 건물에서는 프로 선수들이 받는 서비스를 일반 아마추어 골퍼에게 똑같이 제공한다. ‘시티 투어밴’이라는 이름을 달고서다.

성수동에 있는 시티 투어밴은 한국 골프업계의 영업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평가가 골프업계에서 나온다. 지난 2~3년간 집중하던 ‘초보 골퍼’ 대신 골프를 진심으로 즐기고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진성 골퍼’에 집중하려는 상징적 사건이란 얘기다. 골프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 골퍼에게 프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행보가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골린이 빈자리 ‘진성 골퍼’가 채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골프업계는 이례적인 골프 호황을 경험했다. 이른바 ‘골린이’ 덕분이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골프에 새로 입문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클럽을 새로 장만했고, 계절마다 골프의류를 구입했다. 골프용품사 역시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며 골린이 잡기에 집중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 3분기부터다. 엔데믹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골프에 집중됐던 수요가 해외여행 등으로 분산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기 하락이 더해지면서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업계가 다시 ‘진성 골퍼’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골프를 꾸준히 즐기고 기록 달성을 위해 시간과 돈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골퍼들이다. 김혜영 한국미즈노 마케팅팀장은 “진성 골퍼들은 브랜드 관여도가 높고 용품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며 “용품사들이 진성 골퍼 잡기에 나선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을 위해 꼭 붙들어야 하는 핵심 소비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수와 동일한 서비스에 ‘열광’

선수 마케팅에 집중하던 타이틀리스트가 지난 5월 도심 한복판에 ‘시티 투어밴’을 연 것이 대표적이다. 2층 건물, 총 1000㎡ 규모의 이 공간에서는 드라이버부터 퍼터까지 모든 클럽에 대한 피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웨지에 이니셜이나 캐릭터를 새기는 ‘웨지웍스’도 한국에서 유일하게 즐길 수 있다.

시티 투어밴은 타이틀리스트가 전 세계에서 서울에 처음으로 시도한 서비스다. 김현준 아쿠쉬네트코리아 마케팅팀장은 “한국은 스크린 골프, 연습장 등 인프라가 탄탄하고 로컬 투어가 활성화돼 있어 성장성과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이라며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시티 투어밴에 대해 미국 본사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문을 연 지 50일 남짓, 골퍼들의 반응은 뜨겁다. 타이틀리스트에 따르면 예약제로 이뤄지는 모든 서비스는 예약률 95%에 달한다. 피팅 서비스는 예약을 개시하자마자 2~3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예약 없이 방문하는 손님이 평일에는 70~80명, 주말에는 100여 명에 이른다.

올 들어 골프용품 브랜드마다 골프장에 속속 열고 있는 피팅 전문 스튜디오도 ‘진성 골퍼’를 잡기 위한 전략이다. 핑골프는 4월 경기 성남 남서울CC에 피팅 스튜디오를 열었고, PXG는 인천 영종도 클럽72에 ‘PXG 트룹스 피팅센터’를 마련했다. 두 브랜드 모두 서울 도심에 피팅 공간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골프장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피팅 스튜디오는 수익을 만들어내는 사업이 아니다. 클럽 구매를 유도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브랜드들이 잇따라 골프장에 피팅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차효미 핑골프 부장은 “진성 골퍼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 골프장”이라며 “피팅 스튜디오로 매출을 일으키기보다는 진성 골퍼에게 브랜드 전문성을 알리고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의 전통과 스토리로 이용자의 충성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미즈노골프는 3월 성남 판교에서 브랜드데이를 열었다. 100년에 이르는 미즈노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고 다양한 제품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주면서 아마추어 골퍼들의 호응을 얻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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