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줄이면 보상받는 공정 시스템 구축할것"

글·사진=김경미 기자 2023. 7. 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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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택 '지구를구하는인간' 대표
배출 축소때 실질적 이익 생기면
더 많은 사람이 기후위기에 대응
'탄소 저감노력' 가상자산 만들어
시장거래 할 수 있게 유동화 계획
최근 '온체인 배출권' 마켓 문열어
탄소자산 분석·평가 서비스도 추진
[서울경제]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돈을 더 내고 덜 배출하면 돈을 번다. 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글로벌 기업들 간에 벌어지는 일이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도 탄소배출권으로 돈을 벌어 2021년 사상 첫 흑자를 냈다. 다만 이런 거래는 기업 간에만 이뤄진다. 탄소를 덜 배출하려고 아끼는 노력은 정작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이 하는데 별다른 보상이 없다. 탄소를 절약한 모두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생각이 조금택(사진) 대표가 탄소 금융 인프라 스타트업 ‘지구를구하는인간(이하 지구인)’을 설립한 계기가 됐다. 조 대표는 “현행 탄소경제 생태계의 문제는 탄소를 배출하는 정도와 크기는 사람과 기업에 따라 다른데 피해는 지구의 모든 인류가 받는 것”이라며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탄소를 줄이려 더 많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큰 보상을 받는 ‘공정한 보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공정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금융 공학이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맥쿼리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오가며 퀀트와 주식 파생, 신용 파생, 로보어드바이저 등 첨단 금융 기법을 활용해 큰돈을 굴려 오던 금융 공학 전문가는 그렇게 금융투자 업계를 떠나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구체적으로는 탄소 저감 및 제거를 위한 각각의 노력을 소유권이 있는 가상자산으로 만들어 시장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탄소 자산을 누구나 손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유동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지구인은 탄소배출권 인증서를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발행해 블록체인 내에서 거래하도록 하는 ‘온체인 탄소배출권’ 마켓의 문을 열었다.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을 결합해 개별 계약자의 탄소 자산 보유 및 활용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 대표는 “탄소는 결국 대표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커머디티(상품)’가 될 것”이라며 “원유나 구리처럼 상품은 물론 선물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탄소가 돈으로 여겨지는’ 움직임은 아직 시작 단계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의 특성 탓에 양적·질적 평가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일례로 과거 사용한 배출권을 재사용하며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하는 ‘더블 클레임’ 기업들이 있다. 일종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인 셈이다.

배출권 품질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 미래 기후변화를 실질적으로 막는 탄소 저감 활동이 있는가 하면 말만 친환경이지 지구에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도 있다. 조 대표는 “일례로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배출권을 사는 것이라면 한 번 사용한 후 사라져야 할 텐데 일부 기업은 10년 전에 샀던 배출권을 여전히 탄소 자산으로 발표하고는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탄소 시장 형성을 방해하고 있다며 “우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 자산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진행해 기업들의 비의도적인 그린워싱을 막고 투명하고 품질 좋은 탄소 자산에 투자하도록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넷제로(탄소 중립)’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 부채 및 자산을 계산해주는 ‘자산 부채 매니지먼트’ 등의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탄소가 돈이 되는 세상’은 결국 찾아올 것이라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미·유럽 항공사들은 탑승자가 자신이 배출할 탄소 상쇄 비용을 내도록 하고 있고 캐나다 쇼피파이도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배송을 소비자가 선택해 비용을 내게 하고 있다”며 “유럽연합(EU) 역시 2026년 1월 EU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차등화된 탄소국경조정세를 매기기로 해 올해 10월부터 준비 기간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즉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사람이 실질적인 추가 비용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탄소 배출에 대한 페널티를 주는 것을 넘어 탄소를 아낀 사람이 실질적인 이익을 볼 수 있게 한다면 더 많은 사람이 탄소를 줄이고 제거하기 위해 움직이지 않을까요. 기후위기는 전 인류의 숙제인 만큼 실제로 위기를 막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은 돈을 더 많이 벌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날이 오도록, 탄소 자산이 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도록 ‘지구인’도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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