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감사원, 허위보도자료 배포" 이태원참사 감사 의결 놓고 재격돌
지난 2월 "감사 의결해놓고 거짓말" 경향 보도에 감사원 "사실 아냐"
경향, 회의록 입수해 재반박 "이태원감사 포함확인, 허위보도자료 배포"
경향 "감사원 논리대로라면 감사원장 수사 받아야"
감사원도 재반박 "심각한 명예훼손… 법적 대응"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 감사를 의결해놓고 '계획 없다'며 거짓말했다는 경향신문 보도에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감사원은 경향신문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보도자료를 냈고, 경향신문은 '허위보도자료'라고 재반박했다. 경향신문이 회의록을 입수한 결과 감사계획에 이태원 참사가 포함돼 첫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에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국가최고 감사기구로서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달 28일 경향신문은 1면에 <감사원, '이태원 감사 의결' 숨기고 뭉갰다> 기사를 내고 “감사원이 올해 연간 감사계획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건을 포함시킨 사실이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며 “그런데도 감사원은 지난 2월 올해 연간 감사계획을 발표하며 이태원 참사 건에 대해 '구체적 감사계획이 없다'고 브리핑했고, 이태원 참사 감사계획을 세웠다는 본지 보도에 대해 보도참고자료까지 내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이어 “최근 감사원은 허위 보도자료 작성·배포 등 혐의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강도높게 감사했다. 감사원의 논리대로라면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허위공문서 작성·배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감사와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경향신문과 감사원은 지난 2월 한 차례 진실공방을 벌인 바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2월17일 <감사원, '이태원 참사 감사' 의결해놓고 언론엔 “계획 없다” 거짓말>에서 감사원의 거짓 브리핑 논란을 처음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감사원이 이태원 참사 관련 재난 대응의 책임이 있는 국가기관들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중 감사를 계획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 1일 상반기 감사계획을 발표하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와 관련해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했다”며 “감사원이 이태원 감사 건이 이슈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거짓 브리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이태원 참사 감사 의결 놓고 경향신문-감사원 진실 공방]
경향신문은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 관련 감사를 시행키로 한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토하지 않는다'는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며 “다수 언론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용산구는 감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감사계획은 전무' 등의 보도를 쏟아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언론의 오보를 유도하고 묵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보도 당일(2월17일) 즉각 반박 자료를 냈다. 감사원은 “감사위원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계획을 의결한 바 없다”며 “이태원 참사를 포함한 다양한 재난예방시스템에 관한 감사의 필요성이 논의되기는 하였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는 최종 업무계획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감사원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감사원은 국회 국정조사 시정·처리요구사항(독립적 진상기구 설치, 재발방지대책 및 피해자·유가족에 대한 후속대책) 및 후속조치 사항(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선TF 등), 검찰·경찰의 수사 경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소추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첫 보도 이후 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경향신문은 회의록을 입수해 지난 2월 감사원이 냈던 보도자료가 '허위'라고 다시 주장한 것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28일 기사에서 “감사원의 1월 12일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롯한 감사위원들은 이태원 참사 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감사원 사무처도 같은 입장이었다”며 “이 회의에서 주로 논의된 것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연내 감사 시점이었다. 당시 회의는 연내 감사계획을 의결하는 자리였다. 감사위원회의는 감사원의 최고 의결기구”라고 했다.
해당 회의록에 따르면, 감사원 사무처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를 하반기에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감사위원 상당수는 가급적 조기에 감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자 최재해 감사원장은 연내 감사를 실시하되 감사 시점은 특정하지 말자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D감사위원은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는 현재 감사계획에는 반영된 거죠? 시기가 특정이 안되어 있는 거죠?”라고 물었고, 배석한 담당 과장은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태원 참사 감사가 감사계획에 반영돼 있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경향신문은 감사원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감사원 사무처의 위임전결 규정(훈령)을 보면 주요 보도자료와 주요 언론보도에 대한 감사원의 해명·참고자료 배포의 결재권자는 감사원장이다. 감사원 기조실장, 유병호 사무총장, 최 감사원장이 결재라인인 것”이라며 “최근 사법당국은 공공기관의 허위 보도자료 배포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추세이다. 예컨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서울서부지검이 지난 1월20일 구속기소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에게는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가 적용됐다”고 했다.
사설 <이태원 감사 결정하고 거짓말한 감사원 사무처의 전횡>에서도 경향신문은 “감사원이 사실을 호도하며 늑장을 부리는 사이에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참사 실무 책임자들은 줄줄이 풀려나고 있고, '윗선'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의 온전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서는 수사 외에 정부기관 대처에 대한 조사가 당연히 필요한데도 감사원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감사를 결정한 적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감사원은 지난 28일 “지난 2월 이태원 참사를 포함한 다양한 재난예방시스템에 관한 감사의 필요성이 논의되기는 하였으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사는 최종 업무 계획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감사의 필요성이 논의됐다'는 부분은 삭제하고 '이태원 참사 감사는 업무계획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부분만 언급해 마치 감사원이 감사위원회의의 논의 사실 자체를 숨긴 것처럼 보도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해당 보도자료에서 지난 2월 경향신문 기사를 언급하며 “해당 기사들로 국가최고감사기구로서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그 신뢰도에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는 바, 관련 내용을 보도한 경향신문에 대해 정정보도 청구,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민·형사상 조치 등을 취할 것임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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