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통일부, 북한지원부 아니다… 이제 달라질 때”

이현미 2023. 7. 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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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정신 따라 역할 수행해야”
北 인권개선 압박 등 주력 전망
일부 부처 1급 공무원 전원사표
“정권 바뀌었는데도 안움직이는
복지부동 공무원 국회로 가야”
7월 중순쯤 2차 개각 발표
이동관 방통위장 함께 지명할 듯
차관차출 비서관 후임 주내 인선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 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며 “통일부는 북한지원부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이제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의 역할을 남북 대화·교류·협력보다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 북한 압박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김영호 장관 후보자 등 통일부 인사와 관련해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차관 내정자 5명과 만찬에서 “저에게 충성하지 마시고 헌법정신에 충성하십시오”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부처 차관으로 영전하는 대통령실 비서관들과 만찬에서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버티다 보면 또 (정권이) 바뀌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니라 국회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어 ‘복지부동’하는 공무원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피’를 발탁함으로써 전체 공직사회가 일신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인사 발표 직후에는 “부패한 이권 카르텔과 손잡는 공직자들은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권영세 장관 후임으로 지명된 김 후보자는 북핵 문제 해결과 북한 인권 개선에 초점을 맞추며 원칙적 대응을 주장한 대북 강경파로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소신을 구현할 적임자로 발탁됐다.

통일부는 북한 내각과 당의 대남 정책 부서를 상대하면서 교류·협력 업무를 전담하는 부처로, 대북 포용정책에 앞장서는 진보 정부에서 이를 반대하는 보수 정부로 교체될 때마다 실존적 위기를 겪고 있다.
사진=뉴스1
보수 진영에선 통일부의 주요 업무가 대북 교류·협력에 있다 보니 북한이 핵 무력 증강에 박차를 가한 상황에서도 조직의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해 국가 이익에 반하는 대북사업을 무리하게 벌여왔다고 보고 있다. 대북 교류 협력이 전면 중단된 윤석열정부에선 사실상 중앙부처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 지원 역할에서 달라질 때가 됐다”고 주문하며 현 정부 기조에 맞춰 사업을 적극 발굴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아 지난주 사실상 첫 개각을 단행하며 공직사회 기강을 세게 잡고 있다. 특히 대통령실 비서관을 지낸 ‘실세 차관’을 부처로 보낸 데 이어 고위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내부 인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일부 부처는 1급 공무원 전원이 인사에 앞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 연합뉴스
지난 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고위 공무원들의 비협조적 태도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이 국정과제 이행의 걸림돌이라는 성토가 대통령실과 여권에 팽배하다. 예를 들어 대통령실이나 당의 자료 요구에도 차일피일 제출을 미루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공무원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문재인정부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이 정권교체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런 인사를 아직까지 솎아내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이번 차관 인사를 통해 각 부처에 대한 조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차 개각 발표도 이번 달 중순쯤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상 내정 상태인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의 방송통신위원장 지명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추가 장·차관 인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특보의 지명이 미뤄지면서 기류가 바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현 체제에서 쟁점 현안을 마무리한 뒤 신임 위원장을 지명하는 게 유리하다는 전략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 심판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면 행안부 장·차관 인선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비서관 5명의 차관 차출 등으로 공석이 된 대통령실 비서관 후임 인선은 이번 주 이뤄질 예정이다. 신임 국정기획비서관에는 대통령 부속실 소속 강명구 선임행정관이 승진 발탁됐다. 국정과제비서관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종문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이 낙점됐다. 국토교통비서관에는 길병우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관이, 통일비서관에는 김수경 한신대 교수가 내정됐다. 과학기술비서관으로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뒤 우주항공청(KASA) 설립을 추진해온 최원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대통령실을 떠날 것으로 알려진 최철규 국민통합비서관 후임으로는 이창진 선임행정관이 유력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관급 1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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