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확보’ 여전히 안갯속… 수험생 “뜬 구름 잡나” 분통 [뉴스 투데이]

송민섭 2023. 7. 2.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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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수능 EBS 연계 체감도 더 높이기로
평가원, 2024학년도 세부계획
50% 기준 따르되 도표·지문 활용
명확한 출제 가이드 라인 없이
“2015년 개정 교육과정 수준 출제”
준킬러 확대 여부·유형 등 ‘깜깜’
전문가 “9월 모평 출제경향 봐야”
일각 “2~3등급 학생 불리할 수도”
8월 24일부터 원서 접수 돌입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월 16일 시행된다. 올해 수능에선 EBS 수능 연계 교재에 포함된 도표·그림·지문을 활용한 문항이 다수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등 수능 출제 당국이 당장 9월 모의평가에서부터 공교육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 내에서 가르치지 않는 초고난도(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하기로 하면서 변별력 확보를 위한 고난도(준킬러) 문항이 어떤 유형과 어느 난도로 출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일 “올해 수능은 학생들이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연계 교재와 강의로 보완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를 갖춘 문항을 출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일 공고되는 ‘2024학년도 수능 시행 세부계획’을 보면 평가원은 EBS 교재·강의와 수능 영역/과목별 문항의 연계율(간접)을 예년처럼 50% 수준으로 맞출 예정이다. 다만 “연계 교재에 포함된 도표, 그림, 지문 등 자료 활용을 통해 연계 체감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입시현장 ‘혼돈’ 2일 한 학생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유리창에 걸린 학원 홍보문구 앞을 지나가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킬러 문항’ 출제를 배제한 2024학년도 수능 시행 세부 계획을 공고했다.
남정탁 기자
당국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 이후 수험생·학부모의 최대 관심사항이 된 EBS 도표, 그림, 지문 등 자료 활용 문항 유형에 대해 평가원은 “영역별로 차이가 있으나 중요 개념이나 원리의 활용, 지문이나 그림·도표 등의 자료 활용, 핵심 제재나 논지의 활용, 문항의 변형 또는 재구성 등”이라고만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 밖 킬러 문항 대신 수능에서 변별력 확보를 위해 출제가 불가피한 준킬러 문항의 경우 9월 모의평가가 나와 봐야 구체적인 유형과 난도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평가원은 아울러 올해 수능은 국어와 수학, 영어, 한국사, 탐구(사회·과학·직업), 제2외국어/한문 등 모든 영역을 2015 개정 교육과정 수준에 맞춰 출제하고, 수능이 끝난 후 문항별 성취기준 등 교육과정 내 출제 근거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소위 킬러 문항은 학생·학부모 눈높이에서 핀셋으로 철저히 제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가원은 보통 6월 모의평가와 9월 모의평가를 통해 11월 본수능 난이도를 조절하고 이를 위해 각 영역에 킬러 문항과 같은 변별력 확보를 위한 고난도 문항을 일부 포함하곤 했다.

하지만 킬러 문항을 대체할 수 있는 준킬러 문항의 구체적 유형과 난도는 아직까지 제시된 게 없어 입시현장은 그야말로 일대 혼란에 빠진 상태다. 교육부는 6월 모평에서 출제된 국어 2개, 수학 3개, 영어 2개 문항을 킬러 문항으로 지목하고 이와 같은 문제를 수능에 출제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하지만 이들 킬러 문항이 ‘교육과정 밖 내용’이라는 원론적 설명 이외에 어떤 유형이고, 어느 오답률을 기록했는지 추가 설명이 없어 수험생들 혼란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준킬러 문항을 더욱 늘린다는 뜻인지, 아니면 ‘쉬운 수능’(물수능)이 된다는 의미인지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교육부는 “출제기법을 고도화하겠다”는 원론적 답변 이외에 명쾌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 수험생은 한 대입 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적어도 예시문항을 줘야 한다. 핀셋 제거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고 대책도 없다”며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일언반구가 없으면 어떻게 대비를 하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2일 서울 양천구 종로학원 목동본원에서 수험생들이 자습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입시 전문가들은 9월 6일 예정된 평가원 모의평가에 출제되는 문항 유형을 수험생들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들은 EBS 연계가 상대적으로 수학, 영어보다 국어에서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며 “난이도에 대해 섣부른 예상은 하지 말고 9월 모의평가에서는 기본적으로 변별력 있는 문제가 출제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미적분이 확률과 통계보다는 어려운 과목이고, 성취기준 자체도 복잡하게 꼬을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킬러 문항이 배제된 시험이 2~3등급 학생에게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킬러 문항이 없는 상황에서 변별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그간 쉽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을 어렵게 내는 것”이라며 “지금까진 선택지 5가지 중 결정적인 답이 하나가 있었다면 이제는 답에 가까운 헷갈리는 선택지를 2개 만들면 공부가 제대로 안 된 친구들은 거기서 시간을 뺏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수능은 2022학년도부터 도입된 시험 체제에 따라 국어·수학 영역에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가 적용된다. 수험생들은 계열 구분 없이 국어 영역에서 공통과목인 독서, 문학 외에 ‘화법과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하나를 골라 응시해야 한다. 수학 영역에서는 공통과목인 수학Ⅰ·수학Ⅱ 외에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시험을 본다. 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도 수험생들은 사회와 과학 구분 없이 17개 선택과목 가운데 최대 2개를 골라 시험을 치른다.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절대평가가 적용된다. 특히 한국사 영역은 모든 수험생이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한국사 영역을 응시하지 않을 경우 수능 응시 자체가 무효 처리돼 성적이 제공되지 않는다.

사진=뉴스1
올해 수능 응시 원서 접수 기간은 8월 24일부터 9월 8일까지이며 성적표는 12월 8일 수험생에게 배부된다. 수능 성적 증명서는 졸업생·검정고시 수험생 등은 12월8일부터, 재학생은 12월11일부터 온라인 발급 사이트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수능에 응시하지 않은 수험생은 11월20일부터 24일까지 제출서류를 구비해 원서 접수처에 신청하면 응시 수수료 일부를 환불받을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법정 차상위계층인 경우 응시 수수료를 면제받는다.

장애 학생 편의를 위해 중증 시각장애 수험생은 일반 수험생보다 1.7배 긴 시험시간이 부여된다. 경증 시각장애나 뇌 병변 등 운동장애 수험생의 시험시간은 일반 수험생의 1.5배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당국 지침에 따라 시험이 운영된다. 방역과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평가원이 추후 별도로 안내할 예정이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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