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승 '버디 폭격기' 고지우 "버디 욕심 버린 게 우승 원동력"

권훈 2023. 7. 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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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기자회견 하는 고지우.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평창=연합뉴스) 권훈 기자 = 2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맥콜·모나 용평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쳐 생애 첫 우승을 따낸 2년차 고지우(20)는 별명이 '버디 폭격기'다.

신인이던 작년에 그는 89라운드 동안 버디 336개를 잡아내 1위에 올랐다. 라운드 당 버디 3.77개를 뽑아냈다.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힘과 체력을 앞세운 장타에다 워낙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덕분이다.

하지만 고지우의 지난해 평균타수는 71.93타. 버디로 줄인 타수를 대부분 잃었다는 뜻이다.

공격적인 플레이 탓에 보기, 더블보기도 다른 선수보다 많았다.

그러나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잡아낸 고지우는 보기를 단 1개밖에 적어내지 않았다.

선두로 시작한 송가은은 보기 4개, 2위로 출발한 이제영은 보기 5개를 쏟아냈다.

고지우는 "오늘 경기 시작 전에 핀 위치를 살펴보니 '이건 버디를 노리다가는 훅 가겠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더라"면서 "아예 버디를 잡겠다는 생각을 접고 나왔다"고 털어놨다.

'공격 본능'을 억누르고 안전하게만 치겠다는 전략이 뜻밖에도 데일리베스트 스코어를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고지우는 다만 214야드를 남기고 핀을 곧장 겨냥한 두 번째 샷으로 3m 이글을 잡은 10번 홀(파5)을 두고는 "파 5홀에서는 돌아갈 순 없지 않으냐"며 배시시 웃었다.

고지우는 워낙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그동안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작년에는 기회를 맞았을 때 큰 실수가 몇 번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다. 신인이니까 그럴 수 있었다"면서 "큰 실수 몇번으로 깨우친 게 많다"고 돌아봤다.

고지우의 아이언샷. [KL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4타차 7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고지우는 "핀 위치가 어려우니 (우승 경쟁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4타차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몇 등을 하겠다는 생각 대신 우승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고 밝혔다.

고지우의 이런 자신감의 배경에는 작년 말부터 골프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개인사를 어느 정도 정리하면서 마음이 편해진 사정이 있었다.

부모와 갈등을 겪던 고지우는 지난 달 한국여자오픈을 즈음해 따로 집을 구해 혼자 지내기 시작했다.

보름 넘게 혼자 대회장을 오가면서 다시 골프에 전념하게 됐다는 고지우는 "오늘 우승 현장을 지켜보지 못한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겠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잠시 붉혔다.

이날 고지우가 꼽은 우승 원동력은 퍼트.

버디 욕심을 버리고 나섰는데 버디 퍼트가 쏙쏙 빨려 들어갔다.

특히 15번 홀(파4) 10m 버디 퍼트와 16번 홀(파4) 2m 파퍼트는 고지우가 꼽은 결정타.

이날 버디가 3개 밖에 나오지 않은 15번 홀에서 내리막 10m 버디 퍼트는 "집어넣으려는 생각은 없었지만, 워낙 잘 쳐서 들어갈 것 같았는데 들어갔다"는 고지우는 "16번 홀 파퍼트는 꼭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떨려서 '보지 말고 귀로 듣자'로 마음먹고 쳤다"고 말했다.

고지우는 연습광이자 운동광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회 때도 라운드가 끝나면 연습장에서 100개가량 공을 친다는 고지우는 "다른 선수들도 다 그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들 그런 건 아니더라"면서 "쉬는 날에도 운동부터 하고 쉰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몸이 더 무겁다"고 말했다.

고단자인 부친에게 초등학생 때 배운 합기도와 공수도 2단인 고지우는 "태생적으로 힘이 세다. 어릴 때부터 남자하고도 팔씨름해서 져본 적이 없다"고 힘과 체력 자랑을 숨기지 않았다.

고지우의 다음 목표는 제주도 대회 우승.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고지우의 부친은 3년째 서귀포 중문에서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고 있다.

KLPGA투어는 앞으로 5차례 제주도에 대회를 연다.

고지우는 "한국에서 메이저대회를 포함해 여러 번 우승하고 미국 무대로 진출해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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