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인, HD현대重 회사채 물량 3분의1 쓸어담아···기업 '배짱증액'도 완판
'수요예측 부진' 한토신, 300억 늘려 발행해도 매각 성공
'AA-'와 'BBB-' 등급간 금리 차이 6.4%P까지 벌어져
"만기 전 매각 어렵고 원금 손실 가능성···투자 신중해야"
개미들의 회사채 매수 움직임이 심상찮다.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올 들어 비우량채를 업종과 상관없이 쓸어담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은 낮지만 실적 개선으로 등급 상향 가능성이 높은 이른바 ‘무늬만 비우량채’에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회사채의 경우 국고채와 달리 기업 환경 급변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데다 만기 전에 매각도 어려워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일 채권 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4월 12일 1020억 원 규모의 HD현대중공업 1년 6개월물 회사채(신용등급 A~A-·연이율 4.783%) 중 300억 원을 배정받아 3분의 1에 달하는 95억 원(31.6%)어치를 개인에게 판매했다. 나머지 205억 원은 법인이 사들였다. 신한투자증권의 채권 담당자는 “통상 회사채는 법인이 사는 게 보통인데 이번에는 개인 고객의 매수가 몰렸다”며 “최근 들어 채권에 대한 개인의 관심도가 높아지며 바뀐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회사채는 나이스신용평가에서 A0,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에서는 A- 등급을 받았다. A 등급 이하는 통상 비우량채로 분류된다. 시장에서는 개인들이 향후 회사의 높은 실적 개선 가능성과 신용평가 상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담당자는 “HD현대중공업은 4년 치 수주 물량을 확보한 데다 선박 건조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 가격이 톤당 120만 원대에서 최근 90만 원까지 25%가량 하락하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며 “개인들에게 회사채 신용등급 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이 우호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채권 개미들의 움직임은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5월 A 등급 회사채의 수요예측 참여율은 477.9%로 전년(143.8%) 대비 233%나 증가했다. AA 등급보다 무려 6배 가까운 증가율이다. BBB 등급 이하도 올 5월 525%로 전년(198.2%)보다 165% 높았다. AA 등급 이상의 우량 채권보다 비우량 등급으로 분류되는 A 등급 이하 채권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말 5.935%포인트였던 AA-와 BBB- 등급 간 금리 차이는 올 1월부터 내내 6%포인트대에서 움직였다. 두 등급 간 금리 차는 6월 30일 기준으로 6.413%포인트까지 확대된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A 등급 이상 우량채는 기관·법인이 모든 물량을 담아가 개인이 끼어들 틈이 없다”며 “개인은 기관·법인이 선호하지 않는 비우량 등급 회사채를 살 수밖에 없는데, 이들 채권의 수요예측 참여율 증가는 개인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비우량 회사채를 쓸어담으며 미매각률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 등급 이상 회사채의 수요예측 미매각률은 지난해 5월 1.9%였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전량 매각됐다. A 등급 역시 7.8%로 지난해 5월(8.4%)보다 줄었다. BBB 등급은 올해와 지난해 5월 모두 미매각이 발생하지 않았다.
개인의 관심도가 크게 높아지자 기업이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는데도 오히려 발행 규모를 늘린 사례까지 등장했다. 5월 31일 한국토지신탁은 회사채 2년물(A-)을 1000억 원(연이율 7.654%)어치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사전 수요예측에서는 7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지만 370억 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번에 오히려 1000억 원으로 증액 발행을 했고 결국 매각에 성공했다. 채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24일 증액 발행을 결정할 때만 해도 모두 발행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다”며 “31일 실제 발행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AA- 미만 비우량 등급 회사채에 대한 개인의 선호가 확실히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BBB 등급 회사채로의 개인 자금 유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이일드(BBB+ 등급 이하 회사채) 펀드에 대한 분리과세 혜택이 지난달 12일부터 재도입된 것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한진(BBB+)이 실시한 4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는 2610억 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고, 같은 달 20일에는 수소연료전지 업체인 두산퓨얼셀(BBB)이 400억 원 조달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해 88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끌어내 예정의 두 배인 800억 원으로 증액 발행을 마쳤다.
업계에서는 회사채 투자의 경우 개별 회사마다 특성이 다르고 유통 물량도 많지 않아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이 회사채를 매수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신용등급으로, 최소 A 등급 이상의 채권을 추천한다”며 “개별 회사채의 특성을 꼼꼼히 살펴보고 회사채는 대부분 장외거래로 유통이 쉽지 않은 점도 고려해 매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향후 실적 개선 전망이 높아 비우량 회사채에 선제 투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실제 실적이 나오기 전까지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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