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통일부, 대북 지원부 해선 안돼”…장·차관 인사 후 행정부 고삐 죄기
강경 방향 대북 정책 전환 재강조
‘국정 철학에 맞춰라’ 공직자 압박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 통일 정책을 비판하면서 강경한 방향으로 대북 정책을 전환하라고 재차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장·차관급 인사개편을 계기로 윤 대통령의 행정부 고삐 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들에게 “이제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남·북한의 모든 주민들이 더 잘 사는 통일,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일이 돼야 한다”고 했다. 남북 대화와 교류에 중점을 둔 전임 정부 정책을 ‘원칙없는 지원’, ‘북한 퍼주기’로 규정하고 변화를 주문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이뤄진 통일부 장관 등의 인사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 정책을 다루는 핵심 라인을 일괄 교체한 데 이어, 이날 지시사항을 통해 정책 전환 의지를 더 명확히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대북 강경론자로 평가받는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를 통일부 장관에, 정통 외교관 출신인 문승현 주태국 대사를 차관에 내정했다. 이례적으로 장·차관을 모두 통일부 외부에서 발탁했다. 대통령실 통일비서관은 북한인권 문제를 강조하는 김수경 한신대 교수로 교체될 예정이다. 외부 인사·강경론자들을 통일 정책 책임자 자리에 앉히며 기존 통일부 시스템 ‘해체’ 수준의 변화를 줬다.
향후 통일부 핵심 업무는 남북 대화와 교류보다 북한인권 등 압박책 중심의 정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인사와 공개 지시로 강경한 신호를 발신하면서 ‘대북 강경 노선’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엔 “북한 퍼주기를 중단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는 단돈 1원도 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라”고 했고, 지난 달 28일에는 전임 정부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 완화를 요청했다면서 이들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했다.
장·차관 인사를 계기로 윤 대통령의 공직사회 압박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1년간 정부 국정철학에 맞춘 공직사회의 변화가 더디다고 판단하고 집권 2년차에 속도전에 돌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통령실 비서관 5명을 중앙 행정부처 차관으로 보내면서 “공직사회 이권 카르텔 해체”를 강조한 것은 공직사회에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이권 카르텔 해체’를 핵심 국정철학으로 제시하면서 해체 대상에 일부 공직자들을 포함해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차관으로 가는 비서관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내가 아니라 헌법 정신에 충실하라”면서 현 정부의 국정 방향에 따르지 않고 다시 ‘변화’를 바라는 공무원들은 정부가 아닌 국회로 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를(이권 카르텔을) 외면하거나 손잡는 공직자들은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앞서 김 수석이 밝힌 바 있다.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국정철학을 구현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이를 하지 않고 버티면서 왔다갔다 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이었다”면서 “전체적으로 단지 속도전이 아니라 (헌법정신에 맞춘) 방향을 강조하신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일부 부처는 인사를 앞두고 1급 공무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이 작용한 것으로 규정한 전임 정부 정책들에 관여했는지, 새 정부 국정운영 방향에 맞춰 추동력있게 국정과제를 추진했는지 등이 인사 대상자들의 명암을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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