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본색' 美대법…바이든 핵심 정책 제동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7. 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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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대출 탕감' 정부 패소
"행정부의 지출권 크게 초과"
대선 겨냥해 힘쏟던 바이든
"헌법 잘못 해석한 실수"비판
잇단 우편향 판결 정치쟁점될듯

보수 우위 미국 대법원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4300억달러 규모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미 대법원은 지난해 여성 낙태권 보호 판례를 반세기 만에 폐기했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대학입시에서 소수인종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을 62년 만에 제한했으며 막대한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까지 중단시키는 등 '우클릭' 판결을 가속하고 있다. 이러한 미 대법원의 보수적인 색채가 사회 분열과 함께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미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연간 소득 12만5000달러 미만(부부 합산 25만달러 미만) 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2만달러까지 학자금 채무를 면제해주는 정책에 대한 2건의 소송과 관련해 각각 6대3 의견으로 정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소송은 공화당이 장악한 6개 주와 텍사스주에서 2명의 개인이 각각 제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교육부는 2003년 도입한 고등교육 구제 기회법(HEROES Act)에 따라 4300억달러 규모 학자금 대출 원금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해당 법은 비상시 기존 법령 또는 규제를 유예하거나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지, 부채를 취소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는 많은 정부 지출을 필요로 하는 정책의 경우 의회가 행정부에 위임한 권한을 크게 초과한다면서 의회 승인 필요성을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커탄지 브라운 잭슨,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등 3명의 대법관은 기본 법에 따라 국가비상사태 시 정부 장관에게 충분한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케이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의회는 이미 탕감 대책을 승인했으며, 장관은 이를 시행했고, 대통령은 이것의 성공 혹은 실패에 책임을 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대법원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판결하는 바람에 오늘날 4000만명 미국인이 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법관 다수 의견 논리는 기회주의적이고 원칙이 없으며 정치에 영향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총 4300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되는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발표 이후 현재까지 2600만명이 신청했고 이 중에 정부는 1600만명에 대해 승인했다. 다만 지난해 11월부터 소송 때문에 신청서 접수를 중단한 상태이고, 실제로 탕감 절차가 진행된 사례는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 중간선거 전에 대대적인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발표했고 내년 대선 표심까지 고려해 강력히 밀어붙였지만 대법원 판결에 의해 좌초 위기에 놓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 성명과 함께 긴급 연설을 통해 "법원은 헌법을 잘못 해석했다"며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중단하려는 대법원의 결정은 잘못됐으며 실수"라고 비난했다.

새로운 학자금 대출 부담 완화 및 구제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법적 권한인) 1965년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교육부 장관이 특정 조건에 있는 학자금 대출을 면제하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수백만 명을 학자금 대출에서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학자금 대출자들을 12개월 동안 신용사에 의뢰하지 않는 재상환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며 "대출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전달하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대법원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이번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대법원의 절대 다수 공화당이 학자금 부채 탕감이 절실히 필요한 4000만명의 미국인을 잔인하게 부정했다"고 규탄했다.

공화당은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은 불법으로 판정됐다"며 "학자금 대출이 없는 87%의 미국인이 학자금 대출자(13%)들을 위해 지불하도록 더 이상 강요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이 민감한 현안마다 보수 색채 판결을 내놓으면서 미국 사회가 보수·진보로 나뉘어 충돌하고 있다. 내년 11월 대선까지 보수 이념 지형을 갖춘 대법원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할 수도 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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