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관계라도 합의없는 성관계는 위법소지"

최예빈 기자(yb12@mk.co.kr) 2023. 7. 2. 17: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檢 불기소에 재정신청
법원, 검찰에 준강간 기소 명령

헤어진 전 남자 친구가 준강간 행위를 저질렀지만 '동거했던 사이'라는 이유로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인데, 재정신청 인용률이 0.5%인 점을 감안하면 '바늘구멍'을 뚫고 기소가 이뤄진 셈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30형사부(부장판사 강민구)는 검찰이 불기소한 피의자의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해자 측의 재정신청을 최근 인용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문제가 있을 경우 법원이 검찰에 기소하라고 강제하는 제도다.

A씨(21)는 전 남자친구 B씨(31)를 상대로 준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지난해 검찰은 불법 촬영만 기소해 논란이 일었다. 2021년 1월 두 사람은 헤어졌지만 갈 곳이 없던 A씨는 새 주거지를 구할 때까지 B씨와 동거하기로 했다.

하지만 B씨가 A씨에게 폭력을 휘둘러 경찰까지 출동하면서 관계는 파탄 났다. 다리가 부러진 상태였던 A씨는 B씨가 손을 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새 주거지로 가기 전 2주간 더 B씨 집에 머물기로 했다.

그러나 B씨는 A씨가 몸살에 걸려 약을 먹고 잠든 오전 3시께 성관계를 시도하면서 그 장면을 촬영했다. 카메라 촬영음을 듣고 깨어난 A씨는 그 즉시 휴대폰을 빼앗아 도망가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발생 후 1년8개월 후 A씨는 검찰로부터 불기소이유서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불기소이유서는 "부부관계 또는 연인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이 자고 있을 때 성관계를 한다고 해 곧바로 준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준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피해자의 가정적 의사에 반해 간음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불기소이유서대로라면 부부 간 성범죄도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예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