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관계라도 합의없는 성관계는 위법소지"
법원, 검찰에 준강간 기소 명령
헤어진 전 남자 친구가 준강간 행위를 저질렀지만 '동거했던 사이'라는 이유로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이 재정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인데, 재정신청 인용률이 0.5%인 점을 감안하면 '바늘구멍'을 뚫고 기소가 이뤄진 셈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30형사부(부장판사 강민구)는 검찰이 불기소한 피의자의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해자 측의 재정신청을 최근 인용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문제가 있을 경우 법원이 검찰에 기소하라고 강제하는 제도다.
A씨(21)는 전 남자친구 B씨(31)를 상대로 준강간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했지만 지난해 검찰은 불법 촬영만 기소해 논란이 일었다. 2021년 1월 두 사람은 헤어졌지만 갈 곳이 없던 A씨는 새 주거지를 구할 때까지 B씨와 동거하기로 했다.
하지만 B씨가 A씨에게 폭력을 휘둘러 경찰까지 출동하면서 관계는 파탄 났다. 다리가 부러진 상태였던 A씨는 B씨가 손을 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새 주거지로 가기 전 2주간 더 B씨 집에 머물기로 했다.
그러나 B씨는 A씨가 몸살에 걸려 약을 먹고 잠든 오전 3시께 성관계를 시도하면서 그 장면을 촬영했다. 카메라 촬영음을 듣고 깨어난 A씨는 그 즉시 휴대폰을 빼앗아 도망가면서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발생 후 1년8개월 후 A씨는 검찰로부터 불기소이유서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불기소이유서는 "부부관계 또는 연인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이 자고 있을 때 성관계를 한다고 해 곧바로 준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준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선 피해자의 가정적 의사에 반해 간음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불기소이유서대로라면 부부 간 성범죄도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예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月58만원 ‘쥐꼬리’ 국민연금…‘한 푼’이라도 늘릴 꿀팁 있다는데 - 매일경제
- “주인 빠지면 반려견이 구하러오나 보자”…홍천강 뛰어든 40대 실종 - 매일경제
- "수십년 장투도 OK"… 화성우주선·AI에 수십억씩 계좌이체 - 매일경제
- “차 트렁크 틈으로 여자 머리카락이 보여요”…경찰 긴급 출동하니 - 매일경제
- '만병의 근원' 장시간 앉아 있기 … 사망확률 20% 높다 - 매일경제
- [단독] “1개밖에 못사?” 1억 팬덤 벌써부터 긴장...스벅 굿즈 정체는 - 매일경제
- 인천 땅 투기로 11배 차익 … 수상한 거래 절반이 중국인 - 매일경제
- “출입구 막은 진짜 이유는”…‘인천 주차 빌런’ 해명 들어보니 - 매일경제
- 정부 일부 부처 1급 전원 사표…尹 “저 말고 헌법에 충성하라” - 매일경제
- 부정선수 적발에 참가 자격 박탈...韓 리틀야구 ‘국제망신’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