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진정한 '혁신' 신당이라면 기대해볼 만하다
보수·진보 이분법서 탈피
새 융복합정책 내놓으면
양당 정치에 균열 생길 것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불고 있는 신당 창당 바람을 긍정 평가한다. 그 이유는 누구에게 유불리한가를 떠나 한국 정치의 병폐인 독과점 시스템과 적대적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혁신을 기치로 내건 제3지대 신당 출현은 양당 독과점 진영정치를 종식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신당의 메기 효과로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제고되고 정당 간에 정책 및 혁신 경쟁이 촉발될 것이다. 구태 정치인들이 양질의 정치인들을 구축하는 한국판 그레셤의 법칙도 완화될 것이다.
시장에서 독과점 기업은 자기 뜻대로 상품, 가격, 거래조건을 정한다. 독점이나 과점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폐해가 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를 규제하고 있다.
정치 시장도 마찬가지다. 독과점 체제가 견고하면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이익 극대화를 위한 탐욕의 정치에 빠지게 된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 역시 극단적인 양당 독과점 체제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우리 현실을 보자. 영호남의 선출직은 사실상 양당이 임명하는 식이다. 여타 지역의 유권자들도 사표방지 심리 때문에 양당 공천자에게 투표를 강요받고 있다. 이처럼 두 당의 공천이 당선으로 직결되다 보니 지도부는 제 사람 챙기기 유혹에 빠지기 쉽고, 정치인들은 맹목적인 충성경쟁을 한다.
'혁신' 신당이 필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현재와 같은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가치나 논리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복합위기를 해결할 수 없고,양극화와 이중구조를 완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혁신' 신당은 다음 조건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념적 스펙트럼은 극좌나 극우를 제외한 포용적 중도세력이어야 한다. '자유냐 평등이냐, 성장이냐 분배냐, 증세냐 감세냐'와 같은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국제환경 변화에 새로운 융복합 정책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능함도 갖춰야 한다. 정신적으로는 '정의롭고'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는 비전과 창조적 파괴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혁신 신당이 성공적으로 출범하면 우리 국민은 내년 총선에서 양자택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정당은 없을 것이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적대와 증오의 정치가 막을 내리고 정치연합의 협치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대선주자가 참여하지 않는 신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통념에 반대한다. 대선주자급이 개인 영달을 위해 만드는 신당보다 전문성을 갖춘 혁신적 인물들이 비전과 정책을 내걸고 창당하는 신당이 더 경쟁력과 지속성을 가질 것이다. 이미 우리는 반짝하다 아침 이슬처럼 사라진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이인제의 국민신당,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그리고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2017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거대 양당을 제치고 중도신당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된 결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대도시만이라도 중대선거구를 적용하는 제도가 국회에서 도입되고 디지털 시대에 맞게 플랫폼 정당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된다면 혁신 신당의 성공 확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필자가 걱정하는 것은 기존 정당에서 공천받기 어려운 생계형 정치인들이 양당 불신의 반사적 이익을 노리고 만드는 선거용 신당의 난립이다. 이는 '혁신' 신당의 창당 동력을 떨어뜨리고 정치 불신만 가중시킨다. 정치판은 정치인보다도 인사권자인 유권자의 지혜로운 선택에 의해 발전한다.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미래에 투표하는 유권자의 인사혁명을 내년 총선에서 꼭 보고 싶다.
[이용섭 전 국세청장·광주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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