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진단] 교육개혁-정책만능사고를 버려야
국가 주도 교육의 회귀는 곤란
평준화 교육·시험만능주의도
시장 무시한 잘못된 정책유산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방침을 내건 것에 대해 기대가 크다. 노동, 교육, 연금개혁 모두가 절실하고 또 당면한 과제들이다. 하나같이 다 어렵지만 꼭 성공하길 바란다. 그런데 개혁 정책이 성공하려면 곁가지만을 잘라 내서는 안 된다. 문제의 근본을 파악하고 이를 제거해야 성공한다.
교육개혁을 예로 들어 본다. 난마와 같이 얽혀 있는 교육 분야 문제점들의 근본을 파보면 우리나라 교육이 건국 이래 잘못된 고정관념 위에 서 있기 때문임을 발견하게 된다. 세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교육을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일종의 유교적 선입견이다. 이승만 대통령 때는 '우리의 맹세'라는 것이 교육의 기본정신이었고, 박정희 대통령 때는 '국민교육헌장'이라는 것이 있어 이를 엄격하게 지킬 뿐만 아니라 교육공무원들은 이를 몽땅 외워야 했다. 그 내용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 골격은 교육의 주체가 정부라는 것이다. 건국 초기의 빈곤과 사회 혼란을 벗어나기 위해서 불가피했던 것이라고 우리는 이해한다. 그러나 그 기존 의식은 아직도 남아 있다. 1993년도에 '헌장'은 폐지되었으나 교육 행정의 배경에는 아직도 '교육은 정부가 한다'는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
두 번째 문제점은 교육의 평준화 개념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 중 한 가지 잘못한 것이 있다면 1973년도부터 실시한 고교 평준화 정책이다. 세계 어느 곳에도 중앙정부가 나서서 고교들을 똑같이 만들어버린 나라는 없다. 물론 일류 고교가 있음으로 해서 과열 경쟁이 일어나고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준이 낮은 고교를 상향 발전시키고 대학입시 방식을 바꾸는 정책으로 갔어야만 했다.
세 번째는 학생들의 능력 평가를 시험에 주로 의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점수로 우열을 가릴 때 학생이나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므로 편한 점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평가 방식을 세밀하게 설명해 주고 이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과 꾸준히 소통한다. 시험 결과에 대해 시비 거는 일이 아주 드물다.
어쨌든 국가가 교육의 모든 차원에서 관리하려고 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 최근 예를 하나 들어 본다. 우리나라 유치원 교육이 교육부 때문에 크게 혼선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일반유치원에서 영어를 일절 못 가르치도록 정부가 금지했다. 글로벌 시대에 자녀 영어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외국어야말로 일찍 가르칠수록 효과가 좋다는 상식을 가진 부모들이 반발했다. 일반유치원을 떠나 이른바 영어유치원(영어학원)을 찾아 아이들을 보냈다. 일반유치원들은 아이들 숫자가 줄고 게다가 교육부의 까다로운 '교비회계제도'가 부담스러워 유치원 소유자들은 아예 폐교를 하고 자유스러운 '영어유치원'으로 전환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아이들은 교육 내용이 좋고 영어도 배울 수 있으므로 영어유치원 쪽으로 옮겼다. 영어유치원은 아이들을 늦게까지 돌봐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때문에 일반유치원 숫자가 급격히 줄고 영어유치원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어린이 영어학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를 간파한 교육부가 영어유치원에까지 간섭의 손을 뻗치려 하고 있다. 이를 허가제로 묶거나 '교비회계제도'에 준하는 수강료 규제 등으로 가두려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 어린이들을 어릴 때 영어를 배울 수 없는 이상한 나라에 살게 하는 것이다.
교육개혁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시장의 기능을 무시하고 학부모들의 수요와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내놓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교육의 모든 문제를 다루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시대에서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장희 대한민국학술원회원·본사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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