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이왕 잘못 살았다면

허연 기자(praha@mk.co.kr) 2023. 7. 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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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 오규원 作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참 답이 없다.

왜냐면 산다는 게 내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잘못 살고 있다고 느낀다 해도 그것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삶의 무게란 그런 것이다.

시인은 시원한 답을 내려준다.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것도 방법이라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루하루 쓰러지지 않고 살았다는 것만으로도 인생은 가치가 있다. 살아보자.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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