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프레임 씌우는 국민의힘, 오염수 문제 진영 이슈화로 ‘무당층 묶어두기’
국민의힘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사회의 주장에 ‘괴담’ 선동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오염수 방류를 국민 건강이 아니라 국민의힘 대 민주당의 진영 대립 이슈로 만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당층·중도층이 반응하지 않게 만들어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막는다는 것이다. 현 정부 실세인 친이명박계 정치인들이 2008년 광우병 사태의 트라우마 때문에 방류 결정 전부터 선제적으로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4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민주당에 맞서 괴담 프레임을 펴왔다. 지난달 25일 경북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환경영향평가 발표 후엔 공세를 보다 전면화했다. 민주당이 2017년 사드 전자파 괴담을 퍼뜨렸던 것처럼 이번엔 오염수 괴담을 선동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선 윤재옥 원내대표가 “민주당의 사드 전자파 선동이 괴담으로 판명됐지만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등 괴담이란 단어가 19번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민주당이 오염수 괴담 선동으로 국민 분열을 획책한다”고 말하는 등 원내지도부가 괴담을 23번 언급했다.
지난달 28일 1980년대 운동권 출신 횟집 사장인 함운경씨를 초대해 “반일민족주의와의 싸움”이라고 민주당을 겨냥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차례로 수산시장을 찾아 민주당의 괴담이 우리 수산업자들을 죽인다고 공격했다.
여권의 여론전에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여론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성인 1007명에게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의 해양과 수산물을 오염시킬까 봐 걱정되는지 물으니 ‘매우 걱정된다’ 62%, ‘어느 정도 걱정된다’ 16%로 걱정된다는 답변이 78%다. 연령별로 50대 이하 전 연령층에서 걱정된다는 응답이 80% 이상이었고, 60대(69%)와 70대 이상(64%)에서도 우려 비율이 높았다. 이번 조사는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무선(95%)·유선(5%)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응답률은 10.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괴담 프레임에 집착하다시피 하는 건 과거의 경험과 내년 총선을 앞둔 전략상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광우병 시위’로 집권 첫해 국정 동력이 크게 꺾이는 경험을 했다. 당시 주류였던 친이계 정치인들이 현 정부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에선 그때 대선 패배에 승복하지 않은 민주당 세력의 광우병 괴담 선동에 당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 트라우마 때문에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에 초반부터 강하게 대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주장을 괴담으로 몰아 오염수 방류 문제를 진영별로 결집하는 이슈로 만들고, 반민주당 정서를 강화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2일 통화에서 “(괴담 몰이를 통해) 진영 별로 나뉜 심리적 방어 체계를 구축하면, 중간 지대 유권자들이 민주당으로 가지 않고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 입장에선 이렇게 무당층·중도층의 이동을 봉쇄하고, 반민주당 정서를 강조하면 내년 총선에 나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로 도배를 해도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원칙과 소신으로 대일 외교를 한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랐다”고 여당 전략의 성과를 강조했다.
다만 여당 내에선 괴담 몰이에 그쳐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당 지도부가 괴담에 불과하다고만 하지 말고, 좀 더 세련된 메시지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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