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지금이 공교육 대전환 적기
학생은 학교에서 잠잔다. 교사는 깨우질 않는다. 공교육은 잠든 지 오래됐지만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킬러문항으로 촉발된 뜨거운 논쟁이 잠자는 공교육을 깨워야 한다. 변별력 문제는 수능 논·서술 시험을 인공지능(AI)으로 채점하면 사라지고, 공정성 문제도 AI를 활용하면 해결된다.
학생은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원 강사가 교사를 대체한 기막힌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것이 AI 시대 대한민국 교육의 민낯이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교사·학부모다. 하지만 교육정책은 교육현장의 고민도 모르는 정치인이 나서서 반복된 실수를 거듭하고 있다.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고교 내신, 수능, 대학별 고사를 시도 때도 없이 바꿔 초·중·고 교육은 대입의 종속물로 전락했다. 즐거운 학교 생활이 아니라 대입을 위한 고통스러운 문제풀이 연습장일 뿐이다. 교육의 수단인 수능이 교육의 목표가 된 아이러니한 현실을 부정하기 힘들다.
결국 한국 교육은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고사 직전이다. 그렇다면 AI 시대 공교육 대전환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교육체제의 대전환이다. 현 교육체제는 산업인력을 효율적으로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산업화 시대 경제발전의 근간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창의력이 필수인 AI 시대다. 6(초)·3(중)·3(고)·4(대)·2(대학원)인 교육체계를 5(초)·3(중)·4(고)·3(대)·3(대학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교육 과정의 대혁신이다. 현재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업으로, 대학은 취업하기 위한 취직학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바로 취업할 수 있도록 '사회 진출 패스트트랙'을 운영하면 인구 감소로 인한 인력난도 줄일 수 있다.
셋째, 수업방식의 대전환이다. 교사는 일방적 지식 전달 수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 챗GPT를 활용해 학생 스스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사는 과목별로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문제의식을 갖게 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의 질문에 대한 컨설턴트 역할을 담당한다.
넷째, 시험과 평가의 대변화다. 교육의 주된 형식을 문제 풀이에서 발표·토론으로 바꾸면 사교육이 당연히 힘을 잃게 된다. 토론·발표에 공정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국가 고사 AI 채점·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자동 채점한 성적은 한국교육평가원이 관리·보관한다.
다섯째, 대학의 대개혁이다. 대학이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학위에서 자격으로, 학문에서 실용·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 중심의 교육체계를 고등학교, 대학·대학원 중심의 2원적 교육체계로 만들면 국가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진로의 대혁신이다. 일반고와 직업고로 나누는 진로선택의 1단계, 대학 졸업 후 취업·진학의 선택 2단계, 대학원 진학 후 전문가 자격 및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심화 진로선택 3단계로 분리 운영하면 진로·진학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불안를 떨쳐낼 수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대전환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려야 한다. 지금이 그 새로운 출발점이다.
[박정일 경기도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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