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웹툰 위협하는 애플 … 日이어 북미 서비스 시동
51개국에서 순차적 서비스
아마존 '플립툰'도 美 눈독
네카오 주도 시장 지각변동
콘텐츠 다양화 등 새 과제
웹툰 제작사는 시장 확대
애플이 올해 하반기 북미 지역에서 웹툰 서비스를 개시한다.
전 세계에서 규모와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북미시장은 네이버 등 한국 기업이 선점에 나선 곳으로 웹툰 플랫폼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올해 4월 우선적으로 일본시장에서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이 북미 지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함에 따라 한국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애플의 전자책 플랫폼인 애플북스는 하반기에 북미 이용자를 대상으로 '세로로 읽는 만화(웹툰)' 서비스를 열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또 애플은 미국시장을 시작으로 유럽 등 전 세계 51개국에서 순차적으로 웹툰 페이지를 신설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애플은 현지 시장에서의 킬러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웹툰 버전과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3부작'을 웹툰으로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북스에는 한국 웹툰 전문 스튜디오인 케나즈(KENAZ) 등 경쟁력을 갖춘 국제 웹툰·만화 제작사들이 콘텐츠를 배급할 것으로 보인다. 케나즈는 3년간 애플에 웹툰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웹툰 플랫폼 진출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한국 기업이 개척한 웹툰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세계 최대 콘텐츠 소비 시장인 북미를 시작으로 하반기에 유럽 등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웹툰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북미·유럽은 이제 막 웹툰이 태동하는 지역으로 현재 점유율이 큰 의미가 없어 향후 플랫폼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웹툰 종주국인 한국시장에서의 서비스 계획은 현재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미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벗어나 미국, 유럽 등 미래 성장성이 더 큰 신규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수년간 웹툰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앞서 애플은 지난 4월 일본시장 진입과 동시에 세계시장 진출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시장인 북미와 유럽의 경우 선도적인 웹툰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킬러 지식재산권(IP)을 우선적으로 확보한다면 시장 장악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게 애플의 판단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 역시 지난 4월부터 일본에서 '아마존 플립툰'이라는 이름으로 웹툰 서비스를 내놨다. 아마존 킨들 스토어를 통해 접속하면 100여 개 작품을 일본어로 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아마존의 북미시장 진출도 시간문제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웹툰시장에 진입하는 빅테크들이 시작부터 한국 회사들이 만든 '웹툰'이라는 용어 자체를 배제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 대신 이들은 '버티컬 리딩 코믹스(Vertical Reading Comics·세로 만화)'라는 네이밍으로 새롭게 시장을 정의하고 브랜딩에 나서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한 웹툰 업체 대표는 "미국시장에서 네이버가 '웹툰'에 대한 상표권이 있지만 아직 웹툰이 고유명사화될 정도로 자리 잡지는 않았다"면서 "빅테크가 막대한 자금으로 퍼붓고 서구권에서 통할 만한 콘텐츠를 세로 만화 형식으로 제공한다면 웹툰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빅테크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IP를 공급받기 위해 파격적인 혜택을 보장하면서 다수의 한국 웹툰 제작사들과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출현으로 K드라마가 해외에서 뜰 수 있었던 것처럼 웹툰 제작사들 입장에서는 빅테크의 웹툰 플랫폼 진출이 한국 웹툰의 세계시장 진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면서 "다만 그간 한국과 일본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해온 네이버·카카오 입장에서는 킬러 콘텐츠 확보, 점유율 경쟁 등 새로운 전략을 짜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웹툰 플랫폼시장에 일본, 프랑스 등의 만화 출판사들이 뛰어드는 것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만화 강국 일본의 대형 출판사들은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 등으로 유명한 일본 '슈에이샤'는 웹툰 플랫폼 '점프툰'을 내년부터 본격 운영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일본 유명 출판사 고단샤는 지난달 미국에서 'K망가' 플랫폼을 출시했다. 프랑스에서는 메이저 업체인 '픽소매거진'이 디즈니 IP를 기반으로 한 구독형 웹툰 플랫폼을 만들었다. 업계에서는 빅테크는 물론 메이저 만화사까지 웹툰 플랫폼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로 △미래 수익성과 성장성 △젊은 사용자 △핵심 IP 확보를 꼽는다. 예컨대 웹툰의 '본산지'로 이미 시장이 성숙화한 한국과 달리 미국, 유럽 등은 초기 단계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 아이패드 등 자사 디바이스에 애플북스를 기본 탑재해 강력한 판매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IP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도 애플과 아마존이 웹툰 사업에 관심을 갖는 요인이다. 최근 강력한 스토리 IP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물론 게임, 커머스 등으로 무한 확장하는 IP 빅뱅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토리 IP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밸류체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콘텐츠시장에 화두로 떠올랐다. 웹툰 IP의 확장 잠재력에 빅테크가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애플과 아마존은 모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갖고 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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