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 글로벌 진출·신사업 확대 … 동남아에 韓농업금융 심겠다
"디지털 금융에 생존 달렸는데
우리는 왜 핀테크처럼 못하나"
취임하자마자 '끝장토론' 개최
"스스로 혁신하는 조직 만들어
한국·세계최초 서비스 내놔야"
새로운 아이디어로 직원 독려
"농협금융이 '스스로 혁신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
취임 6개월을 맞은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30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조직 밖에서 온 사람이 뭘 하겠다고 하는 것보다 농협금융 구성원들이 스스로 혁신 필요성을 느끼고 답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노력하는 임직원들을 옆에서 적극 지원하는 게 회장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간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6개월, 9개월, 1년이라는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며 "지금 내 일을 그저 열심히 할 뿐"이라고 답했다.
취임하자마자 방점을 둔 것도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금융의 혁신'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한국 최초, 세계 최초의 금융 서비스를 한번이라도 시도해봤으면 좋겠다"며 "틀을 깨고 비상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분을 주목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이자 장사'로 대변되는 전통 금융 모델을 뛰어넘어 고객의 금융생활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자"는 구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매경 핀테크 어워드 심사위원장을 맡았을 때도 "얼핏 보면 황당하게 느껴질 만큼 새로운 사업 모델이나 '세상에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업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농협금융 임직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도록 독려한다.
이 회장은 "하나의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99번의 실패가 필요하다. 실패 경험이 있는 조직만이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며 "실패하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직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일의 속도도 중시한다. 이 회장은 "대전환의 시대에는 기존 속도로 절대로 따라갈 수 없다"며 "발상의 전환과 생각의 속도를 10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했다. '발상의 전환×10, 생각의 속도×10'은 현재 농협금융 슬로건이다. 외부 환경 변화에도 즉각적인 대응을 강조한다. 특히 올해 초 미국 중소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했을 때 선제적으로 예상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간부들이 진땀을 뺐다고 한다.
쉽지 않은 주문을 받아든 농협금융 임직원들은 요즘 신사업 고민에 한창이다. 이 회장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 등 외부 혁신 기업가를 초청해 강연을 열면서 지원하고 있다. 농협금융 계열사 직원들은 토스 '위닝 세션'에 참가해 토스가 일하는 방식, 토스의 제품 성공 전략에 대해 배우기도 했다.
이 회장의 또 다른 키워드는 '초일류'다. 그는 "각자가 맡고 있는 업무부터 1등이 되면 그러한 1등이 모이고 모여 농협금융이 초일류 금융지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협금융은 20개 프로젝트, 196개 실행과제로 구성된 '농협금융 초일류 역량 내재화 프로젝트'를 전사적으로 수립해 2025년까지 달성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이 거의 모든 그룹 회의체에서 프로젝트에 대해 토론하고, 실무적인 부분도 질문하는 등 세부 실행 과정까지 직접 챙긴다고 한다.
농협금융 중점 과제는 '디지털금융'이다. 이 회장은 그룹의 생존이 걸렸다는 판단하에 취임 후 첫 그룹 디지털전략회의를 끝장토론으로 열어 전통 금융권과 빅테크·핀테크의 격차, 그리고 그 이유를 논의했다.
토론 결과는 이후 농협금융 전반에 디지털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한 서비스 혁신을 과제로 삼는 등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 전환까지 대비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 회장은 "올해는 농협금융 글로벌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신흥 개발도상국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농협금융의 강점인 '농업금융'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인수, 지분투자 등도 검토하며 해외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최근 인도에 노이다 지점을 개설해 영업을 개시했고,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는 지점 전환 단계를 밟고 있다.
환경·책임·투명경영(ESG)에서도 신사업 기회를 보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업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올해 초 지주·계열사 합동 태스크포스(TF) '그린 솔루션 랩'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협력해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 저탄소 시설 도입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농식품 분야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NH농식품기업우대론'을 지난달 30일 출시했다. 농협은행이 자체 개발한 비재무평가 체계 'NH농식품 우수기술성공지수'를 활용해 우수기업에 추가 한도 15%와 우대금리 2%포인트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2027년까지 4조3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에선 올해 탄소금융팀을 신설하고, 해외 탄소배출권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 중이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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