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도덕경 뇌과학 '열공'… 챗GPT 활용도 수준급
비대면 보고·스킨십 경영 호평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50대 늦은 나이에 '야학'에 다녔다.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던 2015~2016년, 공사가 다망한데도 틈틈이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 시간을 내서 인문·과학·예술학교 '건명원' 수업에 참관했다. 그곳에서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김개천 국민대 공간디자인학과 교수와 교유하며 라틴어와 도덕경, 미학과 뇌과학 등을 공부했다.
건명원은 단추 기업 '두양'의 오정택 회장이 조국의 미래를 이끌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세운 민간 학교다. 명망 높은 교수진을 초빙해 학생들에게 인문, 과학, 예술, 음악, 경영, 수학, 법철학 교양을 무료로 교육한다.
이 회장은 "건명원에서 배운 것들이 지금 삶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명원에서는 "불안과 갈등을 해소시키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들을 품어버리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라"며 "편안한 데 머물지 말고 경계에 서서 불안을 감당하는 자가 되라"고 원생들에게 강조한다. 이 회장은 금융사 임직원에게도 유용한 조언이라고 본다. 라이선스 산업인 금융 산업 특성상 경쟁 기업이 많지 않아 안이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이 편안하면 새로운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항상 경계에 서서 불편·불안을 감싸안고 도전하는 가운데 혁신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도 적극적이다. 취임사에서부터 챗GPT를 언급했고, 대통령 업무보고 때도 활용했다. 한국 금융시장 안정에 대해 챗GPT에서 받은 답변을 소개하며 농담을 던져 윤석열 대통령을 미소 짓게 했다. 개인적으로도 윤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다. 윤 대통령은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이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78학번으로 재학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그를 캠프에 1호로 영입했다.
취임 이후 불필요한 외풍에서 더 자유로워졌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이 회장은 2월 준법감시·금융소비자보호협의회 회의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금융혁신의 시대에는 외부 감독당국에 의한 내부 통제와 소비자 보호가 아닌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내부 통제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허례허식 없이 실용적으로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도 내부에서 호평을 받는다. 이 회장은 대부분 업무보고를 내부 스마트 시스템에서 비대면으로 받는다.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실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질문해 초반에는 실무자들이 당황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별도 취임식을 가지지 않고 곧바로 전국 시도 지역본부, 시군 지부, 거래 기업체 등을 직접 방문하며 현장 스킨십에 집중하고 있다. 취임 100일 때도 경영 어젠다를 발표하는 대신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관리자들이 없는 가운데 '워라밸' '조직문화' 등 본인이 불편할 수도 있는 주제를 먼저 꺼내며 진솔하고 격의 없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석준 회장
△1959년 부산 출생 △1978년 서울대 경제학과 입학 △1983년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2011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2012년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014~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2016~2017년 국무조정실장 △2022년 서울장학재단 이사장 △2023년~현재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서정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月58만원 ‘쥐꼬리’ 국민연금…‘한 푼’이라도 늘릴 꿀팁 있다는데 - 매일경제
- “4천만원에 포르쉐 타는 기분”…‘건방짐 1위’ 현대차, 벤츠 잡고 ‘기세등등’ [카슐랭] - 매
- “주인 빠지면 반려견이 구하러오나 보자”…홍천강 뛰어든 40대 실종 - 매일경제
- '만병의 근원' 장시간 앉아 있기 … 사망확률 20% 높다 - 매일경제
- [단독] “1개밖에 못사?” 1억 팬덤 벌써부터 긴장...스벅 굿즈 정체는 - 매일경제
- "수십년 장투도 OK"… 화성우주선·AI에 수십억씩 계좌이체 - 매일경제
- 정부 일부 부처 1급 전원 사표…尹 “저 말고 헌법에 충성하라” - 매일경제
- [속보] 윤 대통령 “통일부, 그간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이제 달라질 때” - 매일경제
- “위기의 300만명 어쩌나”…빚 갚느라 이 정도로 어려워졌다는데 - 매일경제
- 부정선수 적발에 참가 자격 박탈...韓 리틀야구 ‘국제망신’ - MK스포츠